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는 초고층 빌딩이 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38층 건물 꼭대기에서 붉은 화염과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모습은 실로 끔찍했다. 더욱이 4층에서 발생한 불이 꼭대기까지 불과 십여분 만에 번진 것은 유사한 화재시 바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 11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전국에 8만4000여개나 되지만 체계적 화재 대비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에만 30층이 넘는 주상복합건물이 120개 있고 아파트도 76동이나 되지만 대형 화재에는 거의 무방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의 경우 2005년 발코니 확장이 자유화되면서 1세대당 2㎡의 대피공간을 마련토록 법규가 마련됐지만 2㎡는 현실적으로 너무 좁아 있으나마나다. 우신골든스위트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라 의무대피 공간을 갖출 필요도 없다. 고층주택에 중간대피층이나 발코니 피난통로 등을 의무화하고 있는 일본 홍콩 등과는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초고층 건물의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피난 안전구역 설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것도 50층 이상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방용 고가 사다리가 14~15층 정도까지만 도달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그보다 높은 건물에 대해서는 모두 내 · 외장재 규제라든지, 피난층, 피난계단, 피난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의무화해서 화재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건축법이나 소방관계법을 차제에 일제히 점검, 고층건물 화재시 안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인명이 걸린 고층건물 소방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