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전문가 맥스는 태국 방콕의 한 회사로부터 보안시스템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호텔엔 발송인이 적히지 않은 최첨단 스마트폰이 배달돼 있다. 잠시 뒤 폰엔 '호텔에서 반값 할인행사 중이니 귀국을 연기하라'는 문자메시지가 뜬다.

메시지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한 그는 항공 예약을 변경하고 다음날 자신이 타려던 비행기가 공중 폭발했다는 뉴스를 본다. 이후에도 문자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번번이 대박이다. 그러나 카지노에서 300만 유로를 번 순간 그는 미 국가안보국(NSA)요원에게 체포된다.

요원과 함께 문자 발신지를 추적한 결과는 뜻밖에 NSA 산하 에셜론.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는 물론 전 세계 감시카메라 정보를 모두 분석 통합할 수 있는 에셜런이 미국 밖에 있는 서버를 통해 자동 업그레이드된 뒤 세계를 마음대로 통제하기 위해 맥스를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봄 국내에서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기프트'의 개요다. 영화는 말한다. "인간이 만든 게 모두 인간 편은 아니다. "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일까.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 및 '이글 아이' 역시 스스로 진화한 기계에 의한 인간 지배 내지 빅 브러더의 위험을 다룬다.

영화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도 이미 은밀한 사생활은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교통카드를 겸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휴대폰,도시의 경우 하루 평균 82회씩 찍힌다는 CCTV 등 편리함과 안전,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도입된 도구와 장치들이 자신도 미처 다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행적과 씀씀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까닭이다.

육군 모 사단이 식판에 바코드를 붙여 급식 인원을 파악하고 잔반을 줄임으로써 예산 절감과 탄소 저감 및 장병 상담 효과까지 보고 있다고 한다. 누가 밥을 안먹었는지,반찬은 얼마나 남겼는지까지 죄다 나타난다니 가능하면 식당밥을 먹고 잔반도 줄일 게 틀림없다.

국가 경제와 환경에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절약된 예산으로 반찬의 질을 높이고 부대 측 발표처럼 식사를 안한 장병을 찾아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제 군인은 먹기 싫은 반찬을 남길 자유마저 잃어버리나 싶은 생각을 지우기 힘든 건 합리성과 개혁정신이 결여된 낡은 사고의 소산인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