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이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하원이 중국을 겨냥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환율개혁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자 중국은 오히려 위안화 가치 절하로 맞불을 놓았다. 게다가 일본까지 중앙은행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에 이어 엔화약세 유도를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강대국들의 '나부터 살자'식 힘겨루기로 인해 신흥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브라질이 노골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선 것을 비롯 싱가포르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도 자국통화 절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난관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월에만 해도 달러당 1200원 선을 훨씬 웃돌던 원 · 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 1130원 선으로 추락했다. 원화가치 상승세가 더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 무역흑자가 9월 50억달러를 넘어서고 연간 흑자 규모도 수정목표치인 32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이는 것 또한 원화가치 절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수출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더 큰 문제는 이미 우리 경제의 생산 · 소비 증가율이 꺾이고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함께 하락세를 나타내는 등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움이 중첩되면서 환율전쟁의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보면 우선적으로 원화 환율 급락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이유다.

나아가 국제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환율 갈등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아시아 · 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어제 벨기에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4일과 5일 열리는 회의에서 오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 대한 협조 요청과 함께 회의기간중 한 · 중,한 · 일 정상회담 등을 갖고 환율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미 환율전쟁이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이고 보면 이번 ASEM 회의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형태의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지 최대 관심사다. 11월의 G20 서울정상회의 또한 결국 환율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