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등으로 소비자와 상인들이 모두 아우성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인 한살림을 비롯해 천주교계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불교계 사회적 기업 '연우와 함께',인드라망생활협동조합 등은 시중의 3분의 1 가격에 채소를 판다. 이 때문에 생협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생협이란 유기농 · 친환경 농산물을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만든 자율 공동체.인터넷 홈페이지(표 참조)에서 출자금 3만원과 가입비 3000원(한살림 기준)을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파종기에 생산자와 계약재배 방식으로 미리 값을 정하기 때문에 수확의 많고 적음이나 시장가격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평소에는 일반 농산물에 비해 20~30% 비싼 유기농 · 친환경 농산물을 채소값 폭등 이후에는 일반 농산물보다 싸게 살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국 19개 지역에 23만2000세대의 도시 소비자 회원과 2000세대의 농촌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한살림의 7~9월 신규 가입 회원은 서울 지역에서만 20% 이상 늘었다. 값이 싸고 품질이 우수한 데다 25년 동안 다져온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신뢰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한살림 관계자는 "변덕스런 기후 탓에 채소 공급이 많이 달리고 없는 물건(결품)이 많은데도 소비자들은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살림 매장에서는 3일 현재 깻잎(30장) 800원,무(1개) 1400원,베타쌈배추(150g) · 부추(300g) · 열무(500g) 1400원,오이(3개) 1600원에 팔고 있다. 17년째 한살림을 통해 식품을 구입하고 있는 주부 박연주씨(45)는 "한살림은 유기농 · 친환경 농산물을 인증하는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신뢰 또한 큰 자산"이라고 밝혔다.

불교계 사회적 기업 1호로 출범한 '연우와 함께'도 추석 이후 회원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연우와 함께'의 추석 전 회원이 800명 정도였으나 최근 200명 이상 늘었다. 전화(02-720-7307)와 인터넷으로 판매하는데,대파 한 단(300g)이 1500원으로 대형 마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무(1개 · 3000원) 양배추(한통 · 3800원) 쪽파(300g · 3300원)도 마트나 재래시장보다 싸다. 김희정 홍보팀장은 "추석 전까지는 회원 확보를 위해 홍보해야 했으나 지금은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전했다.

불교계 생협인 인드라망생협에도 채소 때문에 찾아오는 고객이 최근 20~30% 늘었다. 이 생협의 신직수 회원사업팀장은 "시장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채소를 공급하니까 회원이 늘고 있다"며 "기후 때문에 공급하지 못하는 품목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드라망생협의 채소값은 근대(300g) 1200원,깻잎(50g) 900원,무(1개) 2100원,애호박(1개) 1400원,얼갈이 · 열무(400g) 1200원,풋고추(150g) 1500원 등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우리농)가 운영하는 생협 '하늘땅물벗'도 마찬가지다. 깻잎(30장)은 900원,얼갈이(400g) 1200원,모둠쌈(200g) 1800원,중파(300g) 1400원,근대(250g) 1100원에 팔고 있다. 값이 싸다보니 요즘에는 평일 오전 문을 열자마자 채소가 동날 정도다.

다만 배추는 공급이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농'의 경우 지난 5월 원주의 생산자들과 배추 5만포기를 계약했으나 날씨 때문에 수확량이 3000포기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김장용 배추 공급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