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라트비아 국민들은 포퓰리즘 대신 고통분담을 선택했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라트비아 총선에서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여당이 승리했다. 긴축 재정과 세금 인상 등 비인기 정책을 내건 돔브로프스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정당 '신시대'를 비롯해 3개 정당이 연합한 '통합'이 59%의 득표율로 1위가 됐다. 당초 우세가 점쳐졌던 친(親) 러시아 성향의 중도좌파 정당 '화합센터'는 25%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단원제 국회의원 10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연합은 총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총선은 투표 직전까지도 야당의 우세가 점쳐졌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재정긴축 반대 등 포퓰리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은 줄곧 1위를 유지했다. AP통신은 선거 결과에 대해 "라트비아 국민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스런 개혁정책을 유지하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온 발틱 3국의 대표 국가인 라트비아는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실업률은 25%까지 치솟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8% 줄어들었다. 국가부도 위기까지 직면했던 라트비아는 2008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10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 들어 지난 2분기 GDP 증가율은 -3.6%로,EU 국가 중 최악이다. 지난달 실업률도 20%로 역시 유럽 최고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라트비아가 IMF 지원을 받고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아르헨티나와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