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맨'들이 넥타이와 정장을 벗고 산뜻한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재계에 불고 있는 '자율 복장' 바람에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롯데도 동참키로 한 것이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부회장은 최근 열린 그룹 정책본부 임원회의에서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근무복도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 계열사에 표준 근무복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여름철인 6~9월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노타이' 차림을 '연중 실시'로 변경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당초 이달부터 양복 차림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신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이 '임직원들이 보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율 복장제 실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자율 복장제 실시로 '검정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로 대표됐던 롯데맨의 복장은 '밝은색 셔츠에 편안한 재킷'으로 바뀔 전망이다. 롯데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옷을 선택하되 라운드 티셔츠,청바지,운동화 등 비즈니스에 어울리지 않는 의류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영업부 등 고객 및 외부 업체와 미팅이 잦은 부서에 대해선 예전처럼 정장을 입도록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자율 복장제 도입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는 롯데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롯데는 2004년 신 부회장이 그룹 정책본부장을 맡은 뒤 '내실 다지기에만 주력하던 보수적인 기업'에서 '공격 경영을 펼치는 도전적인 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있다. 롯데는 올 들어서만 4조원 가까이 투입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 등 국내외 8개 기업을 인수했다.

롯데 관계자는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됐던 롯데의 기업문화는 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며 "신 부회장이 직원들의 창의성과 업무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관심이 많은 만큼 자율복장제 외에도 앞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