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향한 치열함이 떨어졌던 것 같다. "

3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두고 당내에서 짙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등 '빅3'의 승부가 예상과 달리 막판까지 초박빙 승부로 전개되면서 당내 대의원과 당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렀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었기 때문이다.

제 1야당의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꾸리는 최대 행사였지만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는 물론 새 인물과 흥행도 없는 '3무'전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출마자들이 파벌이 아닌 당원과 국민을 보고 선거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컨셉트를 잘못 잡았다"고 지적했다.

전대 흥행실패는 컷오프 직후부터 이미 예고됐다. 6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에 8명의 후보가 본선에 올랐지만 조배숙 의원이 이미 여성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확보해놓은 상태라 사실상 1위와 단 한명의 탈락자를 가르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다들 "꼴찌가 나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에 치열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선거 초반 486그룹의 단일화가 흥행카드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인영 전 의원과의 단일화를 최재성 의원이 거부하면서 오히려 후유증만 남겼다. 정치적 유불리 다툼으로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지 못한 것도 민주당 지도부의 한계로 꼽힌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도입한 국민여론조사를 외면한 것은 시민주체성을 중시해야 할 개혁정당으로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며 "보수세력의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에 당당히 맞서고 무너져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즉각 구제할 수 있는 대안적 비전의 고민,새로움,공감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빅3'의 대결 속에 새로운 인물은 부각되지 못했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후보 등 이른바 빅3도 이미 당 대표와 대선후보 등을 지낸 인물로 '뉴 페이스'와는 거리가 있다. 2012년 집권전략과 노선을 두고 후보들이 서로 치받고 있지만 전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찾아볼 수 없다.

토론에서도 손 고문이 "대표는 당의 얼굴이고 간판인데 정세균 전 대표는 대선 후보군에도 못 들어가지 않느냐"고 비판하자 정 전 대표가 "재수 삼수를 한 선수와 아직 출발선에 서지도 않은 선수를 비교하는 건 잘못"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실속없는 공방만 오갔다. 나머지 군소 후보들은 '빅3'때리기로 각을 세웠지만 파괴력은 미미했다.

'담대한 진보' '빅체인지' '똑똑한 진보' 등 어느 때보다 진보담론이 봇물을 이뤘지만 정작 선거운동 때 논의된 이슈는 '부유세 신설'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인준 여부'에 머물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