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위기 돌파는 오너경영인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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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모터쇼의 화두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다. 폭스바겐,르노,BMW,푸조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미래형 컨셉트를 공개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쏟아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자동차도 3인승 소형 전기 컨셉트카 팝(POP)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관심을 끌었다. 파리 모터쇼를 계기로 자동차 시장의 판을 바꿀 전기차 전쟁이 마침내 포문을 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전기차 시대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 엔진 대신 모터를 쓰는 전기차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완성차 조립공정은 물론 부품사들 간의 수직 계열화 체계,정유,강판을 비롯한 소재 등 기존 산업 질서에 예상치 못한 충격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핵심이다. 배터리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곳이 최후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GM과 포드,중국 창안자동차,유럽 볼보와 르노 등을 2차전지 공급선으로 속속 확보한 LG화학이 메이저 플레이어로서 주목받는 이유다. 10년 전 2차 전지사업을 놓고 경영진 사이에서 비관론이 나오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때 "포기하지 말고 밀어붙이자"는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LG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 1일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글로벌 스마트 대전(大戰)에서 밀리고 있는 LG전자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잠시만 방심해도 추월당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에서 위기가 비롯됐다"는 그의 판세 진단은 명쾌하다. 신중하면서도 공격적 경영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처방은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는 것은 발전시켜나가자"는 속전속결식이다. 양대 주력사업인 TV와 휴대폰 사업본부장을 바꾸고 조직에 긴장과 '다시 해보자'는 바람을 불어넣기에 앞장섰다.
구 부회장이 LG전자로 돌아온 것은 15년 만이다. 1년 전만 해도 글로벌 빅3 휴대폰업체를 향해 질주하던 LG전자는 애플 발(發) 스마트 열풍에 눌려 순식간에 3분기엔 영업적자를 걱정할 지경까지 몰려 있다. 경영진은 MS 윈도 운영체제(OS)에 의존한 채 스마트폰 개발에서 6개월가량 시간을 허비한 것이 엄청난 격차를 가져왔다며 땅을 치고 있다.
구 부회장에겐 화려한 취임식도 없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때까지는 CEO로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선 경영자로서 그의 도전은 마치 칼날 위에 서있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평도 내놓는다. 글로벌 스마트 대전이라는 게 마라톤처럼 한번 선두에서 밀려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의 어깨에 실려 있는 주주와 임직원들의 기대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를 딛고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너 경영인들의 강력한 리더십과 실행력이다. 지난 3월 말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삼성전자가 애플 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덕분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반드시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는 오너 경영인의 믿음과 리더십이 빠르게 전파될 때 우리 기업들은 '역전의 신화'를 창조해내곤 했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전기차 시대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 엔진 대신 모터를 쓰는 전기차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완성차 조립공정은 물론 부품사들 간의 수직 계열화 체계,정유,강판을 비롯한 소재 등 기존 산업 질서에 예상치 못한 충격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핵심이다. 배터리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곳이 최후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GM과 포드,중국 창안자동차,유럽 볼보와 르노 등을 2차전지 공급선으로 속속 확보한 LG화학이 메이저 플레이어로서 주목받는 이유다. 10년 전 2차 전지사업을 놓고 경영진 사이에서 비관론이 나오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때 "포기하지 말고 밀어붙이자"는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LG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 1일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글로벌 스마트 대전(大戰)에서 밀리고 있는 LG전자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잠시만 방심해도 추월당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에서 위기가 비롯됐다"는 그의 판세 진단은 명쾌하다. 신중하면서도 공격적 경영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처방은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는 것은 발전시켜나가자"는 속전속결식이다. 양대 주력사업인 TV와 휴대폰 사업본부장을 바꾸고 조직에 긴장과 '다시 해보자'는 바람을 불어넣기에 앞장섰다.
구 부회장이 LG전자로 돌아온 것은 15년 만이다. 1년 전만 해도 글로벌 빅3 휴대폰업체를 향해 질주하던 LG전자는 애플 발(發) 스마트 열풍에 눌려 순식간에 3분기엔 영업적자를 걱정할 지경까지 몰려 있다. 경영진은 MS 윈도 운영체제(OS)에 의존한 채 스마트폰 개발에서 6개월가량 시간을 허비한 것이 엄청난 격차를 가져왔다며 땅을 치고 있다.
구 부회장에겐 화려한 취임식도 없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때까지는 CEO로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선 경영자로서 그의 도전은 마치 칼날 위에 서있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평도 내놓는다. 글로벌 스마트 대전이라는 게 마라톤처럼 한번 선두에서 밀려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의 어깨에 실려 있는 주주와 임직원들의 기대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를 딛고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너 경영인들의 강력한 리더십과 실행력이다. 지난 3월 말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삼성전자가 애플 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덕분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반드시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는 오너 경영인의 믿음과 리더십이 빠르게 전파될 때 우리 기업들은 '역전의 신화'를 창조해내곤 했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