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아쉽게 무산된 쌀 조기 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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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조기 관세화가 무산됐다는데 설명이나 브리핑이 없습니까. " "아직 쌀 특별분과위원회에서 의견서를 전달해오지 않아서요.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중에 발표를 하든지 할 겁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매년 수입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하는 것을 바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하자'는 쌀 관세화를 내년에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불발로 끝났다. 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수 있는 시한은 지난 30일로 끝났다. 한국은 쌀이 남아도는데도 내년에 올해보다 2만여t이나 많은 34만7000t의 쌀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쌀 특별분과위 의견서'는 농민단체들이 쌀 관세화 여부에 합의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쌀 관세화 실패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쌀 관세화 여부를 결정하는 데 농민단체들의 의견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도록 만든 것은 정부였다. 지난해 관세화를 하려다 농민단체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르자 올해는 아예 '농민단체 합의'를 쌀 관세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쌀 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관세화에 농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가 올해 초부터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여는 등 농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농민단체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농업 전문가들이 "농정을 책임지는 농식품부가 농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시일만 허비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쌀 관세화 여부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농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정부의 주요 정책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들은 국익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늘어난 쌀 의무 수입물량은 나중에 쌀시장 개방을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계속 수입해야 하는 부담이 남기 때문에 관세화 조기 전환이 농민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매년 수입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하는 것을 바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하자'는 쌀 관세화를 내년에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불발로 끝났다. 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수 있는 시한은 지난 30일로 끝났다. 한국은 쌀이 남아도는데도 내년에 올해보다 2만여t이나 많은 34만7000t의 쌀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쌀 특별분과위 의견서'는 농민단체들이 쌀 관세화 여부에 합의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쌀 관세화 실패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쌀 관세화 여부를 결정하는 데 농민단체들의 의견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도록 만든 것은 정부였다. 지난해 관세화를 하려다 농민단체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르자 올해는 아예 '농민단체 합의'를 쌀 관세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쌀 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관세화에 농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가 올해 초부터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여는 등 농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농민단체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농업 전문가들이 "농정을 책임지는 농식품부가 농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시일만 허비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쌀 관세화 여부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농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정부의 주요 정책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들은 국익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늘어난 쌀 의무 수입물량은 나중에 쌀시장 개방을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계속 수입해야 하는 부담이 남기 때문에 관세화 조기 전환이 농민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