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시를 의심하라." 검찰이 기업 공시 중 횡령과 배임 등 비리를 의심해봐야 할 유형을 소개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진 '금융범죄 분석 세미나'에서다. 이날 자료는 지난 6월부터 검찰이 전방위로 펼친 코스닥 비리 수사결과에서 얻은 실증사례에서 나왔다. 검찰이 공개한 '기업공시 의심하기'인 셈이다.

검찰은 우선 기업이 신규 사업 투자를 공시할 때 추정 현금흐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규 사업투자가 대부분 호재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막상 향후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분석하면 현금유입보다는 유출이 더 많아 횡령 · 배임 등을 위한 사기성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전 · 현직 대표와 사주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음반기획 · 제작사 굿이엠지(2009년 10월 코스닥 상장폐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08년 3월 공시를 통해 국가 대항 자동차 경주대회인 'A1GP'의 프로모션 권한을 영국 회사로부터 2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2008년도 사업보고서 공시를 살펴본 결과 해당 연도부터 대회가 끝나는 2012년까지 추정되는 현금유입은 87억여원,할인율을 적용한 2008년 당시 기준으로는 66억여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투자액이 현금유입보다 130여억원이나 많아 합리성이 없는 투자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굿이엠지는 프로모션 권리 취득 대가로 1차로 100억원을 사용했다고 공시했지만 이는 분식회계였고,사실은 경영진이 회사 경영권 인수대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보고서 등 공시에서 계열사 등에 대한 대여금이 발생했을 때도 횡령을 의심해봐야 한다. 굿이엠지는 2008년도에 전기에는 전혀 없던 계열사에 대한 단기 대여금이 226억원으로 기재됐고 전액 대손 설정됐다. 이 가운데 140여억원은 증빙자료도 전혀 없었다. 이 자금 가운데 상당액은 회사 사주가 계열사로부터 다시 대여받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외국에 있는 거래처나 광산 등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자산을 유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사주 등이 구속 기소된 코스닥 상장 소프트웨어업체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투자가치가 전혀 없는 몽골의 구리광산 개발 법인을 실제로는 100만원에 인수하면서 마치 본사 사옥 매각잔금 290억원을 사용한 것처럼 가장해 횡령했다.

검찰은 또 경영권 변동 공시가 났을 경우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특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회사의 지배권 변동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악용해 기업사냥꾼들이 더욱 은밀히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