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장에 도착한 임모양은 "어제 퀵서비스 업체에 9만원을 내고 오토바이를 예약했다"며 "한곳에서 시험을 치고 다음 고사장으로 가려면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가뿐 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한국외대가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논술시험 날짜만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접수 마감 이후에 알려준 게 원인이었다. 외대는 원서접수 마감 이틀 뒤인 지난달 15일에야 논술고사 시간을 공지했다.
고3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시험 시간을 알 수 없는 수험생으로선 두 군데 다 원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며 "원서 전형료만 챙기려는 대학들 때문에 수험생만 골병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올해 수시모집 지원자가 몇 명이 될지 가늠할 수 없어 시험 시간을 미리 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응시자 수를 정확히 알아야 시험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외대뿐만 아니라 경희대와 광운대 등 일부 대학들도 시험 시간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3일 이틀간 치러진 각 대학의 논술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도 속출했다.
논술시험은 대부분 주말에 치러져 시험 날짜가 겹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2일에는 한국외대 · 건국대 · 연세대가,3일에는 경희대 · 이화여대의 논술고사 시간대가 겹쳤다. 서울 중계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원생 7명이 시험 일정이 겹쳐 전형료를 날렸다"며 "대학들이 사전에 협의해 논술고사 시간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