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사장 "일괄 지원은 공정치 않아…실력 갖춘 곳 골라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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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단-협력사 대표 1박2일 '동반성장 토론회'
"30년 강조했는데 이 정도냐…" 李회장 지시로 토론회 마련
협력사 "분석장비 지원해달라"
"30년 강조했는데 이 정도냐…" 李회장 지시로 토론회 마련
협력사 "분석장비 지원해달라"
"그동안 여러분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드리지는 못했어도 물량(일거리)을 늘리는 데는 기여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이익을 많이 드리는 방법을 고민해볼 테니 기대해봐도 될 것 같다. "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주말 강원도 오크밸리에서 열린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에서 한 인사말이다. 참석했던 180여명의 협력업체 사장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20여분 이어진 최 사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삼성전자 사장단과 협력업체 대표들은 5시간 가까이 동반성장을 위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 후 삼성전자 경영진과 협력사 대표들은 밤늦게까지 막걸리를 마시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경쟁력 갖추면 삼성만큼 성장
삼성전자는 토론회에서 3대 핵심 원자재인 철판 레진 동을 직접 구매해 협력업체에 나눠주는 사급제도 운영방안 등을 설명했다. 1차 협력사 확대 및 금융지원 방안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의견을 들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금융지원과 삼성전자의 장비지원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놨다. 2차 협력업체인 권오익 유니텍 대표는 "은행 문턱이 높은데 삼성의 힘으로 자금지원을 해주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차 협력업체인 송주동 알파비전 대표는 "값비싼 분석장비를 빌려 쓰기 위해 국책연구소 대학 등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최고의 장비를 갖춘 삼성에서 이를 마음껏 활용하게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최 사장은 협력업체 지원방안이 시혜성이 아니라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생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 하나는 갖고 있어야 상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 삼성전자가 적극 지원해 사업을 키우고 이익도 많이 가져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협력업체 모두가 우리(삼성전자)가 성장하는 것만큼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지만 결과는 여러분 자신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협력업체에 대한 일괄적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 사장은 "모든 업체가 고루 성장하고 고루 이익을 내는 방법은 존재할 수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제조 자체를 하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메가트렌드가 되면서 누구를 봐줘가면서는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게 최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앞으로 동반성장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사장단과 구매담당 임원들이 협력사를 월 1회 정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떠오른 이건희 회장의 동반자론
최 사장은 이날 토론회가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졌음을 설명했다. 최 사장은 "협력사 관련 경영진단 내용을 (이건희) 회장께 보고했더니 '30년 동안 강조해왔는데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며 실망하셨고 나도 질책을 받았다"며 "그래서 오늘의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 회장의 협력업체에 대한 생각도 자세히 소개했다. 이 회장은 "조립 양산업의 관건은 협력업체 육성이다. 제대로 된 협력업체를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고 최 사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또 "협력사를 관계사보다 더 건전하게 키워야 한다. 협력사 사장이 시간,재산,인생 전부를 걸고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전력하는 협력업체를 키워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고 사업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도 언급했다.
이 회장의 협력업체 육성론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당시 협력업체 대표를 초청해 "협력사 사장님들이 회사에 오면 삼성 사장 차 옆에 주차하고 개발실까지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사와 한몸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1990년대 초에는 '하청업체'라는 말 대신 '협력사'라는 말을 쓰도록 했고 1993년 신경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구매 예술론'을 들고 나왔다. 협력사와의 파트너십과 구매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구매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원주=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주말 강원도 오크밸리에서 열린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에서 한 인사말이다. 참석했던 180여명의 협력업체 사장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20여분 이어진 최 사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삼성전자 사장단과 협력업체 대표들은 5시간 가까이 동반성장을 위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 후 삼성전자 경영진과 협력사 대표들은 밤늦게까지 막걸리를 마시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경쟁력 갖추면 삼성만큼 성장
삼성전자는 토론회에서 3대 핵심 원자재인 철판 레진 동을 직접 구매해 협력업체에 나눠주는 사급제도 운영방안 등을 설명했다. 1차 협력사 확대 및 금융지원 방안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의견을 들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금융지원과 삼성전자의 장비지원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놨다. 2차 협력업체인 권오익 유니텍 대표는 "은행 문턱이 높은데 삼성의 힘으로 자금지원을 해주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차 협력업체인 송주동 알파비전 대표는 "값비싼 분석장비를 빌려 쓰기 위해 국책연구소 대학 등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최고의 장비를 갖춘 삼성에서 이를 마음껏 활용하게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최 사장은 협력업체 지원방안이 시혜성이 아니라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생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 하나는 갖고 있어야 상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 삼성전자가 적극 지원해 사업을 키우고 이익도 많이 가져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협력업체 모두가 우리(삼성전자)가 성장하는 것만큼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지만 결과는 여러분 자신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협력업체에 대한 일괄적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 사장은 "모든 업체가 고루 성장하고 고루 이익을 내는 방법은 존재할 수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제조 자체를 하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메가트렌드가 되면서 누구를 봐줘가면서는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게 최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앞으로 동반성장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사장단과 구매담당 임원들이 협력사를 월 1회 정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떠오른 이건희 회장의 동반자론
최 사장은 이날 토론회가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졌음을 설명했다. 최 사장은 "협력사 관련 경영진단 내용을 (이건희) 회장께 보고했더니 '30년 동안 강조해왔는데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며 실망하셨고 나도 질책을 받았다"며 "그래서 오늘의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 회장의 협력업체에 대한 생각도 자세히 소개했다. 이 회장은 "조립 양산업의 관건은 협력업체 육성이다. 제대로 된 협력업체를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고 최 사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또 "협력사를 관계사보다 더 건전하게 키워야 한다. 협력사 사장이 시간,재산,인생 전부를 걸고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전력하는 협력업체를 키워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고 사업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도 언급했다.
이 회장의 협력업체 육성론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당시 협력업체 대표를 초청해 "협력사 사장님들이 회사에 오면 삼성 사장 차 옆에 주차하고 개발실까지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사와 한몸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1990년대 초에는 '하청업체'라는 말 대신 '협력사'라는 말을 쓰도록 했고 1993년 신경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구매 예술론'을 들고 나왔다. 협력사와의 파트너십과 구매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구매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원주=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