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특판예금 어디로] "25조원의 10%만 움직여도…" 연말 재테크 최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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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안전성 선호 자금…80~90%는 은행권 남을 듯
주식·MMF로 흘러들 가능성…자문사·증권사 랩 크게 늘어
주식·MMF로 흘러들 가능성…자문사·증권사 랩 크게 늘어
은행들이 올해 연말에는 고금리를 제시하는 특판예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은행들이 모집한 특판예금은 올해 연말까지 약 25조원이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초 만기인 돈까지 합치면 규모는 45조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판예금 만기 집중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연 4.5~6%의 고금리 특판예금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예금 비중을 높이라는 '예대율 지도'를 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만기 특판예금이 8조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3조원,신한은행은 2조원가량이다. 은행권에서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것까지 합치면 특판예금 규모는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의 예금 전략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올해 연말에는 특판예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은행에 돈이 많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은행권 정기예금은 90조원 증가했다.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468조1896억원으로 작년 말(377조342억원)보다 24.1% 증가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올해 초 연 4%대 중반에서 최근 연 3.5~3.6%로 떨어졌는데도 정기예금은 계속 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을 예금으로 나눈 예대율이 100%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자금이 풍부하다. 예대율이란 대출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작년 말 106~120%였던 은행들의 예대율은 최근 98~107%로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작년 말 120%에서 107%로 떨어졌고 하나은행은 112%에서 105.9%로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예대율은 106%에서 98.5%로,신한은행은 103%에서 98%로 낮아졌다. 대출이 예금보다 적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유치 실적이 직원평가 잣대인 핵심성과지표에서 빠졌다"며 "거액자금인 기관예금은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인 대출이 늘지 않고 기업 대출도 확대하기 어려워 자금을 운용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으로 움직일까
현재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3.6% 수준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3.6%)과 비슷하다. 이자소득세(15.4%)를 빼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연 4.5~6%의 이자를 받았던 특판예금 가입자들이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하반기 재테크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들은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자금이 일부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12거래일 만에 1800선에서 1870선까지 급등하는 등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대규모로 풀고 있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내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민보 신한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달러화 약세로 해외 투자자금이 전망이 좋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 해외 투자자에는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손 팀장은 "내년쯤에는 해외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에까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펀드는 차익 실현으로 환매액이 많을 수 있지만 주식 직접투자나 자문사 증권사 랩 상품에 흘러들어가는 돈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주식형펀드의 하루 평균 해지 금액은 2676억원으로 일평균 설정액 1058억원의 두 배를 넘었고 주식형펀드 잔액도 지난 8월 1조9018억원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 중 상당액이 자문사와 증권사 랩 상품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지수연동예금 등 인기 끌듯
은행들은 특판예금에 묶여 있는 자금의 대부분이 '고위험 고수익' 상품보다는 '작더라도 위험이 없는 수익'을 선호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져도 은행권을 이탈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특판예금 자금의 80~90%는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을 선호하는 자금"이라며 "주식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은행권 밖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은 10% 내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지속되더라도 특판예금의 대부분은 은행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원덕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만기가 된 특판예금이 다른 쪽으로 갈 만한 요인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올해 초부터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였는데도 정기예금은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고 주가는 많이 올라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섣불리 은행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금 보장과 함께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시장연동형 은행상품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1,3개월 단위 회전식정기예금 등에는 상당한 돈이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재형/이호기 기자 jjh@hankyung.com
◆특판예금 만기 집중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연 4.5~6%의 고금리 특판예금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예금 비중을 높이라는 '예대율 지도'를 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만기 특판예금이 8조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3조원,신한은행은 2조원가량이다. 은행권에서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것까지 합치면 특판예금 규모는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의 예금 전략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올해 연말에는 특판예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은행에 돈이 많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은행권 정기예금은 90조원 증가했다.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468조1896억원으로 작년 말(377조342억원)보다 24.1% 증가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올해 초 연 4%대 중반에서 최근 연 3.5~3.6%로 떨어졌는데도 정기예금은 계속 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을 예금으로 나눈 예대율이 100%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자금이 풍부하다. 예대율이란 대출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작년 말 106~120%였던 은행들의 예대율은 최근 98~107%로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작년 말 120%에서 107%로 떨어졌고 하나은행은 112%에서 105.9%로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예대율은 106%에서 98.5%로,신한은행은 103%에서 98%로 낮아졌다. 대출이 예금보다 적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유치 실적이 직원평가 잣대인 핵심성과지표에서 빠졌다"며 "거액자금인 기관예금은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인 대출이 늘지 않고 기업 대출도 확대하기 어려워 자금을 운용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으로 움직일까
현재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3.6% 수준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3.6%)과 비슷하다. 이자소득세(15.4%)를 빼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연 4.5~6%의 이자를 받았던 특판예금 가입자들이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하반기 재테크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들은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자금이 일부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12거래일 만에 1800선에서 1870선까지 급등하는 등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대규모로 풀고 있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내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민보 신한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달러화 약세로 해외 투자자금이 전망이 좋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 해외 투자자에는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손 팀장은 "내년쯤에는 해외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에까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펀드는 차익 실현으로 환매액이 많을 수 있지만 주식 직접투자나 자문사 증권사 랩 상품에 흘러들어가는 돈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주식형펀드의 하루 평균 해지 금액은 2676억원으로 일평균 설정액 1058억원의 두 배를 넘었고 주식형펀드 잔액도 지난 8월 1조9018억원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 중 상당액이 자문사와 증권사 랩 상품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지수연동예금 등 인기 끌듯
은행들은 특판예금에 묶여 있는 자금의 대부분이 '고위험 고수익' 상품보다는 '작더라도 위험이 없는 수익'을 선호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져도 은행권을 이탈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특판예금 자금의 80~90%는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을 선호하는 자금"이라며 "주식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은행권 밖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은 10% 내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지속되더라도 특판예금의 대부분은 은행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원덕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만기가 된 특판예금이 다른 쪽으로 갈 만한 요인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올해 초부터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였는데도 정기예금은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고 주가는 많이 올라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섣불리 은행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금 보장과 함께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시장연동형 은행상품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1,3개월 단위 회전식정기예금 등에는 상당한 돈이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재형/이호기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