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박찬웅씨(52)는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주택 매각 자금을 어떻게 투자할지 고민하다가 재무설계 상담을 신청해 왔다. 그는 무엇보다 8년 뒤로 예상되는 은퇴에 대한 준비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기를 원했다.

A.박씨 자산 내역(주택 매각 전)을 살펴보면 총 자산 대비 부동산 비율이 87%로 높다. 금융자산은 13%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중산층 이상 계층의 전형적인 자산 비중과 동일하다. 금융자산도 대부분 안전자산인 정기예금 위주로 돼 있다. 다만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1%로 적정 비율을 40% 이하로 보았을 때 양호한 수준이다.

포트폴리오란 자산을 분산해 운영하는 것이란 점에서 현재 자산 구조는 부동산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이같은 구조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 하락 시기에는 총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할 위험이 크다. 아울러 현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에 따라 최근 빌라 112㎡(34평)형을 매도한 자금은 부동산에 재투자하기보다 생애목표인 은퇴계획과 맞물려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금융자산도 금리가 연 3.2%에 불과한 정기예금 위주로 굴리기보다 물가 상승률이나 세후로 따져 수익이 높고 안정적인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주택 매각으로 금융자산 비중 높여야

빌라 매도자금을 투자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사항은 바로 부동산 비중 축소다. 매각 전 부동산 비중은 87%이지만 매도 후에는 38%로 확 낮아지게 된다. 앞으로 8년 뒤 은퇴를 고려하고 있으므로 부동산은 실거주 위주로 가져가고 투자 목적은 배제하는 게 좋다. 어차피 앞으로는 경기 불황과 부동산 투자 매력 감소 등으로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올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신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해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구체적인 투자 상품으로는 주식과 채권을 혼합하는 펀드가 괜찮다. 목표 수익률은 연 8% 정도면 무난하다.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최근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인한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추격매수보다는 기간에 따라 금액을 분산하는 적립식 투자가 나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혼합 형태로 운영되는 스마트 펀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스마트 펀드에 목돈을 일시 투자하면 초기 운영자금은 단기 자금상품 위주로 보유하고 있다가 주식이 오르면 투자 비중을 낮추고,주식이 내리면 추가 매수를 하도록 설정돼 있다. 단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가 아닌 환매 제약기간이 있는 폐쇄형으로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가입 전 투자기간,목표 수익률 등을 결정한 뒤 투자해야 한다.

◆VIP용 틈새상품을 이용하자

현재 시장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불과 연 3% 초반이다. 자금을 맡길 만한 데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일부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만든 상품을 잘 이용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같은 틈새상품으로 증권사에서 VIP 자산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특정금전신탁을 꼽을 수 있다.

일반회사채나 상호저축과 연계,신탁으로 운영한다. 만기는 1년 위주로 돼 있다. 금리는 편입된 회사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등급 A의 경우 연 6% 중반 금리로 발행된다. 시중은행 금리보다 최소 3%포인트 이상 높다. 다만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부도가 나면 원금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가입할 때 편입된 회사채 구성이 최소 신용등급 A 이상이며 회사채 보증회사가 별도로 지정돼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저축은행 분산투자로 수익률 높여야

박씨는 시중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신상품을 매년 가입하고 있다. 안전성이나 편리성의 측면에서 사실 이만한 게 없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원금과 이자를 포함,1개의 금융회사마다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해 준다. 즉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이라도 은행별로 5000만원까지 나눠 예치하면 원리금을 손해볼 일은 없다. 게다가 이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금리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같은 금융기관에 차명으로 수개의 통장으로 나눠 가입할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인 동시에 1인당 보증금액인 5000만원까지만 보장된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물가연동채권으로 인플레 헷지

주식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도 동반상승한다. 그러나 최근 해외에서 국내채권을 대거 사들임에 따라 금리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7년만기 서울도시철도 채권이 연 4.9%인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와 다를 게 없다. 박씨도 지금까지 인플레를 감안한 기간에 따른 금리를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마침 정부는 올해부터 인플레이션 헷지가 가능한 신(新)물가 연동 국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2.75%로 낮지만 물가 상승률이 증가한 만큼 채권 원금도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이때의 원금 증가분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과거 물가연동채권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때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지만 이번에 발행된 채권의 경우 원금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이같은 위험도 없다. 아울러 2011년으로 끝나는 세금우대로 가입한다면 절세도 가능하다.

◆마른 수건도 짜면 수익이 된다

일반적으로 수시입출금 통장은 대충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박씨도 수시입출금 통장에 월 2000만원 정도의 평균 잔액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통예금 통장이 연 1% 정도의 실질이율을 제공하는 데 이는 너무 낮다고 할 수 있다.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자산관리종합계좌(CMA)의 경우 현재 연 2.5-2.7% 정도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자지급을 일일 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적은 기간을 맡기더라도 수시입출금 통장보다 최대 연 1.5%이상 추가수익이 가능하다. 환매조건부채권(RP)로 가입한다면 증권사에서 원금보장까지 해준다. 또 같은 증권사에서 펀드를 가입할 경우 추가금리를 최대 4%포인트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유리하다. 추가금리 제공시 한도금액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비교해서 가입해야 한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로 전환

대출금리는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을 받을 때 더 낮다. 박씨는 세입자 전세금 상환으로 인해 급하게 마이너스 신용대출을 받게 됐다. 현재 신용대출의 연 이자율은 연 6%로 주택 담보 대출(연 4.6%정도)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금리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주택매각자금을 활용,이에 대한 상환을 검토할 때도 현 부채비율이 11%로 양호하기 때문에 만약 연 5% 이하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담보대출을 유지하는 게 낫다.

◆은퇴후 필요자금 계산해 미리 준비

박씨가 60세에 은퇴한 뒤 매월 350만원(현재가치)이 필요하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박씨가 은퇴시점에 필요한 노후자금은 12억7000만원 정도가 된다. 그동안 주택구매와 교육비 지출이 많아 은퇴 자금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정기적금으로 불입하는 금액을 은퇴목표에 맞춰 가입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소득을 늘리고 현재 갖고 있는 자금을 활용,은퇴 전까지 부족한 자금을 증액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준호 한국재무설계 공인재무설계사 k00j11h@koreaf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