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 2만2000개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200년을 넘긴 회사도 1200개에 달했다.

일본의 민간 기업정보 조사회사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사에 따르면 창업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지난 8월 말 현재 2만2219개로 집계됐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지역별로는 도쿄도에 2058개사를 비롯해 아이치현(1211개) 오사카부(1080개)에 장수 기업이 많았다. 특히 장수 랭킹 10위 안에 드는 기업 중 절반이 오사카 교토 효고 등 간사이지역에 몰려 있었다. 업종별로는 소매업이 6279개로 가장 많았고,제조업 5447개,도매업 5216개 등이었다.

창업한 지 200년이 넘은 회사는 1191개였다. 500년 이상인 회사도 39개나 됐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는 578년 창업해 143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곤고구미(金剛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기도 한 곤고구미는 사찰 전문 건축회사.일본 불교를 중흥시킨 쇼토쿠(聖德) 태자가 오사카시에 시텐노지(四天王寺)라는 절의 건축을 백제 사람 유중광(柳重光)에게 맡긴 뒤 이 절의 유지 · 보수를 위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는 대대로 물려져 사찰과 성곽을 건축 · 유지 · 보수하는 중견 건설회사로 발전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영이 악화되면서 다카마쓰(高松) 건설에 인수돼 자회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대표적인 장수회사로는 전해동박(copper foil) 기술 분야에서 유명한 후쿠다금속이 있다. 1700년에 창업한 후 310년의 역사를 이어온 이 회사는 종업원이 500여명인 중견기업이지만 전 세계 휴대폰에 사용되는 전해동박의 40%를 공급한다. 1907년 창업한 아사히글라스도 고유한 유리제조 기술을 IT(정보기술) 분야에 응용해 세계를 제패했다. 아사히글라스는 PDP용 유리기판 세계시장에서 85% 점유율을 차지한다. PDP 필터 분야에서도 점유율이 절반에 달한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 관계자는 "기업 영속성의 비결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라며 "전쟁이나 산업구조의 변화 등 난관을 뛰어넘은 장수기업으로부터는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창사 152년의 이토추상사 고바야시 에이조(小林榮三) 회장은 지난 7월 말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 하계포럼에서 "기업이 장수하려면 중심 사업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은 늘 중심적인 업무를 확실하게 지키고 발전시킨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수 기업은 시장에서 여러 압박을 받으면서 검토하지 못한 성장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상장도 잘 하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지지 않고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는 것도 장수기업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