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외부 위탁 투자분의 86%가 직접 투자분과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나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4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국내주식 중복투자 현황'에 따르면 연금의 위탁 투자분 19조1408억원 중 86.4%(16조5397억원)가 직접 투자분과 중복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목 수 기준으로는 위탁 투자 582개 종목 중 159개 종목(27.3%)이 중복됐다.

국민연금기금은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운용하는 '직접투자' 외에 일부 기금을 외부 투자기관에 맡겨 투자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중복돼 위탁 투자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연기금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위탁을 맡기느라 지난 3년간 3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운용사들은 위탁수수료로 매년 국내부문(주식+채권)에서 613억원,해외 주식부문에서 3281만달러(369억원) 등 총 982억원을 가져갔다.

반면 해외 채권 분야에선 위탁 투자의 0.2%만이 직접 투자와 중복돼 국내 주식 · 채권 부문에 비해 중복 투자 문제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 의원은 "국내 투자는 투자 대상이 한정돼 있어 중복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 위탁 투자는 해외 투자로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업계는 투자 주식이 겹칠 순 있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위탁 운용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이 전체 시총의 85%를 차지한다"며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할 수밖에 없어 금액상으로 보면 직 · 간접 투자 종목의 상당 부분이 겹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중소형주, 사회책임투자(SRI) 관련주, 가치주 등 다양한 유형별로 위탁 투자해 실제 종목에선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동회/서정환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