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내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아시아 · 유럽 정상회의(ASEM) 회원국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ASEM 개회식과 1차 본회의 및 업무 만찬에 잇달아 참석,ASEM과 G20의 협력 강화를 집중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SEM 직전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간 총리의) 지난 8 · 15 담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며 "이것을 행동으로 보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균형 성장 액션플랜 마련"

동북아 · 남아시아(NESA) 조정국 대표로 6번째 개회식 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 주제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아시아 · 유럽 거버넌스(지배구조) 강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만찬에서 금융안전망 구축 및 금융규제 감독 ·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 우리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주도하려는 핵심 의제들에 대한 합의 도출을 위해 회원국들의 협조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회의에서)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각국이 제출한 정책 대안들에 대한 상호 평가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액션 플랜(실행 방안)'과 경제개발에 관한 행동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속한 도서 반환 노력"

이 대통령이 간 일본 총리에게 "8 · 15 담화를 행동으로 보일 때가 됐다"고 말한 데 대해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간 총리가 담화 당시 약속한 도서반환 문제에 대해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주기를 촉구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간 총리는 8 · 15 담화에서 조선왕실의궤 등 일본 궁내청 도서의 한국 반환을 약속했다. 간 총리도 회담에서 "도서의 양도가 빠른 시일 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북한 후계자 문제에 대해 여러 문제가 있지만 주의깊게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 · 일 영토분쟁에 대해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중 · 일 분쟁은) 동북아 평화에 영향을 준다. 양국 간 현안이 원만하게 잘 해결되면 좋겠다"며 이달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 · 중 · 일)' 정상회의에서 한 · 중 · 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내년 초 한 · 미 FTA 최종 타결을 위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초 한 · 미 FTA가 비준되면 이제 일본과 중국만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6월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내년 초까지 한 · 미 FTA의 의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도 양국 간 FTA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브뤼셀(벨기에)=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