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자."

구자홍 LS 회장은 4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LS타워에서 열린 연구개발 대회인 'LS T-Fair 2010'에서 임직원들에게 "21세기 산업의 패러다임은 컨버전스"라며 "과거 방식대로 열심히만 하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지능형 전력망이라고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는 LS가 밀고 있는 신수종사업.정보기술(IT)과 전력 산업 기술이 한데 섞인 스마트 그리드는 전자와 자동차,건축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제2 산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03년 LG에서 분가해 나온 LS가 이 사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우려는 이유다. 구 회장은 "스마트 그리드 전기자동차 핵심부품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계열사 간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범그룹 차원의 협력을 주문했다. 이날 행사엔 구 회장을 비롯해 구자열 LS전선 회장,구자엽 LS산전 부회장,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구자홍 회장은 스마트 그리드 탐구중

LS는 이날 연구개발 전시회에서 △친환경에너지 솔루션 △친환경 소재 △친환경 거주환경 △신재생 에너지 △차세대 교통수단 솔루션 등 5개 주제로 각 계열사들이 개발한 기술을 전시했다. 이 중 회장단이 가장 오랜시간을 들여 돌아본 것은 스마트 그리드였다. 매달 한 번씩 LS산전 연구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가지면서 토론회를 갖고 있는 구 회장은 스마트 그리드 전시장을 돌며 질문을 쏟아냈다.

LS는 태양열 발전,풍력발전,지열을 활용한 히트펌프 등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만들면 이를 각 가정과 사무실,공장까지 공급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선보였다. 예컨대 LS산전이 개발한 스마트미터기(디지털 계량기)를 사용하면 가정과 사무실,공장 등에서 쓴 전력과 요금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세탁기 등 전자제품엔 전력용반도체를 적용해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빨래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도 있다. 리튬이온전지 대신 바나듐이란 화학물질을 사용해 대형에너지저장장치로 쓸 수 있는 바나듐 2차전지도 선보였다.

◆"전기차 부품은 모두 우리가 한다"

전기자동차 부품 관련 기술들도 대거 전시했다. 회장단은 LS전선이 개발한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직접 가동해보기도 했다. 이 급속충전기는 한 대에 약 4000만원으로 30분 내에 충전을 80% 이상 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LS 계열사인 E1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LS엠트론이 인수한 자동차 부품전문회사인 대성전기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대성전기는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고,차량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을 내놨다. 운전자의 눈과 얼굴을 인식해 졸음운전 등을 막아주는 드라이버 스테이터스 모니터,조작모드마다 다른 진동 등의 느낌을 주는 자동차 햅틱 스위치 등도 눈길을 끌었다.

LS전선 관계자는 "전기차에 필수적인 제어장치와 인버터,케이블,리튬이온 캐퍼시터(대형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관련기술을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전기차 외관을 제외한 모든 핵심 기술을 확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LS전선은 이 밖에 전선 없이도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기를 선보였다. 휴대폰을 올려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무선충전 제품은 내년께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업체들을 통해 상용화할 예정이다. LS니꼬동제련은 폐휴대폰 배터리를 재활용해 리튬과 망간,니켈 등의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내놨다.

안양=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 스마트 그리드

smart grid. 기존 전력망 체계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신사업 분야로,'지능형 전력망'으로도 불린다.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을 공유할 수 있어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아진다. 전력 공급자는 전기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시간대를 골라 세탁기 등의 전자제품을 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