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두고 평소보다 자주 이메일 함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국회의원들의 국감 관련 보도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자료를 검토하다 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좋은 것들이 많다. 언론보다 먼저 부정부패를 찾아내거나,비효율적인 관행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한 자료가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1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상은 의원(한나라당)이 내놓은 자료는 데이터를 잘못 분석해 비(非)수도권의 급여비 청구액 9년간 증가율 109.6%를 9.6%로,수도권 증가율 141.28%를 41.58%로 각각 적었다. 보도자료는 심각하게 틀린 수치를 토대로 '수도권 증가율이 비수도권의 4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노인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우울증 환자,자살자 증가를 다룬 양승조 의원의 '우울한 노년'에 관한 자료는 좋은 접근이었지만,2000년대 들어 급격히 빨라진 노인인구 증가 속도를 반영하지 않아 증가율이 실제보다 과장돼 보이는 맹점이 있었다. 정하균 의원(미래희망연대)도 무면허 간호행위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무자격자의 수행 업무 중 주사행위의 비율을 4.1%라고 했다가 8%로 표기하는 등 수치가 오락가락했다.

물론 이런 일이 복지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이름을 알리려고 열심히 뛰는 의원들이 많다보니 각 상임위원회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부실 자료는 자신의 신뢰도를 깎아먹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의 평판을 갉아먹는다. 원 자료를 보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검색한 결과물만 보게 되는 국민들은 엉터리 분석을 자료로 해서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국회의원이 일종의 유언비어를 유포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인력과 재원이 한정돼 잘못된 내용을 일일이 수정할 수 없어 속앓이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관행을 개선하는 생산적인 국회를 소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국회의원들이 좀 더 시간을 들여 문제를 정확히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 쏟아지는 국감 자료를 들여다본 소감이다.

이상은 경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