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일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연구소를 방문했다. 내년 LG 그룹의 TV 사업을 좌우할 주요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파주를 찾았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취임한 날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자,화학 등과 손잡고 이르면 올 연말부터 새로운 방식의 3차원(D) TV(편광 필름방식)를 내놓는다. 삼성전자,소니 등 세계 TV 사업자(셔터글라스 방식)와는 다른 길을 선택,일종의 표준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자 사업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그룹 오너들이 전면에 나선 시점에서 공식화된 이번 전략이 세계 TV 시장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 3D TV는 안경에서 좌 · 우 영상을 분리해 보여주는 셔터글라스 방식을 택했고 편광을 이용해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은 극장,술집 등 가정 이외의 시장에서만 사용됐다. 편광 방식은 안경을 싸게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정작 TV 제조 비용이 비싸 가정용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LG는 마이너 기술로 여겨지던 편광 기술을 개선해 승부수를 던졌다. 유리를 최대 3장까지 TV 화면에 붙여 편광 효과를 내던 방식에서 탈피해 저렴한 편광 필름을 LCD에 압축해 붙이는 기술(FPR)을 개발했다. TV 제작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되면서 셔터글라스 방식과 일전을 겨룰 기반을 갖췄다는 게 LG의 판단이다.

편광 방식은 3D TV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어지럼증도 크게 개선했다. 안경 셔터가 초당 120회가량 열리고 닫히는 식으로 입체 화면을 보여주는 셔터글라스 방식은 화면 겹침(크로스토크),깜빡임(플리커) 등 어지럼 유발 요인이 자주 발생했다. 반면 편광 TV는 필름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질이 안정적이라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편광 3D 패널을 시장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55인치까지 TV 전 제품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7개 패널의 개발도 마쳤다. 우선 LG전자를 통해 내년 초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편광 필름을 공급할 LG화학은 최근 연산 1500만장 규모의 생산설비를 추가 구축키로 했다. 올해 세계 3D TV 시장 규모(400만대)의 4배 가까운 설비를 LG가 별도로 구축하는 것은 내년 새 방식 3D TV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달 말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컨센서스미팅(CM)을 가질 구 회장이 별도로 시간을 내 파주를 찾은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