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의 선물시장 주문실수가 시가총액 1000조에 달하는 유가증권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던 코스피 지수가 잠시 반등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장 초 코스피200지수선물 12월물에 244.90의 호가에 2만계약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이 주문이 빠르게 체결되면서 244.65로 하락출발한 지수선물은 오전 9시10분께 245.90까지 올랐다.

주문실수를 낸 증권사는 LIG투자증권이다. LIG투자증권측은 2만계약 모두에 대해 주문실수인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증권사의 사소한 실수에 시가총액 1000조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이 출렁인 셈이다.

이 같은 매수주문 실수로 선물시장이 반등하면서 내림세로 출발했던 국내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9분께부터 상승반전해 9시16분까지 약 7분간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도 덩달아 잠시 오름세를 보였다.

지수선물이 상승하면서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인 베이시스가 커졌고, 그만큼 현물이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실수로 끌어올린 선물시장이 현물시장까지 상승하게 한 것이다.

LIG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에 왜곡을 가져온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주문실수 물량은 다 해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초반 알고리즘 트레이딩(일정한 조건에 의한 자동매매)에서 오류가 나왔다"며 "사람의 실수가 아니고 시스템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작은 규모지만, 현물시장으로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의 교과서적인 목적 중의 하나가 현물시장의 추이를 가늠케 하는 것"이라며 "지수 하락을 예상했던 투자자자들이 선물 시장의 상승을 보고 현물시장에서 '사자'를 늘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문실수에 의한 시장의 왜곡과 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 투자자의 주문실수로 인한 시장왜곡 피해는 현재 규정에서 제재나 구제를 할 방도가 없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