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에서 5일 주문 실수로 추정되는 대규모 선물거래가 체결돼 지수가 크게 출렁였다. 이번 사례는 사람의 실수라기보다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동 주문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시에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확산돼 지난 5월 미국 한 온라인거래 업체의 대량 선물매도로 주가 폭락을 몰고온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같은 사례가 출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께 코스피200지수선물 시장에 약 2만1000계약의 대규모 매수주문(매수호가 244.90)이 들어왔다. 거래소 관계자는 "특정 기관이 단 몇 분 새 1~5계약씩 분할해 9900건의 주문을 넣었다"며 "컴퓨터를 통한 호가 입력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44.65로 출발했던 코스피200선물지수는 매수주문이 순식간에 체결되면서 245.90으로 급등했다. 선물과 현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0.60포인트에서 1.70포인트로 커지면서 추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선물시장 강세는 현물시장으로도 이어져 개장 초 약세였던 코스피지수도 7분간 10포인트가량 급등하는 등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 왔다.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주문 실수는 한 소형 증권사에서 일어났다. 이 증권사가 주문 실수를 파악하고 바로 매도에 나서 베이시스는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관계자는 "의도적인 것은 아니며 선물매매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회사 측은 "수습과정에서 1억원 미만의 이익을 봤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고빈도 매매(슈퍼컴퓨터로 초단시간에 매매를 체결하는 기법) 등 신종 매매기법이 활성화돼 이 같은 시장 혼란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주문 시간과 가격 등 조건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지정해놓고 자동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자신의 매매 포지션을 숨길 수 있고 비용도 절감돼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작은 주문 오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알고리즘 거래 특성 상 소량으로 반복 거래되면서 시장의 점검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사태 파악과 함께 첨단 거래기법에 대해 장단점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관계자는 "국내 파생시장의 30%는 해외를 포함한 외국인이나 기관의 알고리즘 거래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래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알고리즘 트레이딩

algorithm trading. 거래시간,호가 결정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설정해놓고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거래주문 방식이다. 사람의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거래하므로 시장 변화에 관계없이 원칙을 고수하며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