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과장,차장 호칭이 사라진다.

삼성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대기업들이 인사제도 수술에 착수했다. 그동안 대리,과장,차장,부장 등으로 직급을 과도하게 세분화한 탓에 만성적 인사 적체가 일어났다고 보고,직급 축소를 인사제도 개편의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직급을 단순화하게 되면 연공 서열 중심의 조직 문화를 업무 중심으로 바꾸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인사제도 개편중'

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들은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등으로 구성돼 있는 직제를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3단계 직제는 이미 제일기획과 삼성화재 등 일부 금융계열사가 시행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이 같은 방침을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확정하고 직원들에게 발표했다. 5단계인 직급을 사원급(G1),간부급(G2),팀장급(G3) 등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직급체제를 이처럼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방침을 확정하고 시행시기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3단계로 직급을 줄이게 되면 만성적인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기대된다. 기존 승진심사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일정한 비율로 승진자를 결정할 때 나타나는 승진대상자 밀어주기 등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매년 평가를 통해 승진점수가 누적되면 자동적으로 승진하게 돼 승진 스트레스를 없애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장 직급에 오를 때까지 걸리는 연한이 기존 21년에서 19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내용의 직급 체제 단순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직급을 없애는 대신 전직원의 호칭을 '프로'로 통일한 제일기획은 내부적으로 임원이 아닌 직원들의 직급을 C1(사원 대리),C2(차장 국장2년차),C3(국장 3년차-수석) 등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매년 인사 고과에 따라 포인트가 쌓이고 일정한 점수가 되면 승진대상자가 된다. 성과가 좋은 사람은 승진기간이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런 직급 파괴와 성과보상형 체제는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 27년 만에 직급 없애

하이닉스도 이와 유사한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직급 단순화와 정기승진 폐지 등이 핵심이다. 내년부터 하이닉스에서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이 사라지고 '선임(사원 · 대리급)-책임(과장 · 차장급)-수석(부장)'의 3단계로 단순화된다. 매년 인사 마일리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선임에서 책임으로,책임에서 수석으로 승진하게 되는 것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급이 높아지면 연봉도 그에 따라 올라가는 구조였지만 마일리지를 도입하면서 개인의 성과와 능력을 매년 누적적으로 평가해 보상에 반영하는 체제로 바뀐다"고 말했다. 업무 능력에 따른 차별적인 보상이 가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이닉스는 기존 직급체계에서는 4~5년마다 승진에 대한 부담감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 제도를 개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승진 대상자를 배려하면서 나타나는 평가의 공정성 저하와 이로 인해 조직 전체가 받는 스트레스 등을 부작용으로 꼽았다.

윤상균 하이닉스 경영지원실장(전무)은 "장기적 관점에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개인과 조직이 더불어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