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4.5% 올랐는데
주식형 수익률은 11% 그쳐
돈 몰린 자문형랩도 저조
◆펀드 수익률 코스피지수에 못 미쳐
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든 지난 6월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는 평균 11.44%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4.50%)에 3%포인트가량 뒤지는 수준이다.
운용사 중에서는 에셋플러스가 17.15%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마이애셋(16.15%)과 대신자산운용(15.86%)이 코스피지수를 소폭 웃돌았다. 반면 삼성(12.96%) KB(12.45%) 한국투신(11.31%) 미래에셋(10.58%) 등 대형 운용사들은 대부분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못 미쳤다.
펀드 투자 성적표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주가가 오르자 펀드를 환매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들은 상승장에서 오히려 손실을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초부터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87%로 코스피지수 상승률과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4개월 동안 1조7524억원어치를 사들인 하이닉스(-10.54%)와 1조5461억원어치 매수한 삼성전기(-10.14%)에서 큰 손실이 난 때문이다.
고수익 기대감에 돈이 몰렸던 자문형 랩은 투자자문사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가 판매한 자문형 랩 상품 가운데 토러스투자자문의 'H컨설팅 토러스 자산배분형'(34.05%)과 레오투자자문의 'H컨설팅레오성장형'(25.29%)이 20~30%대의 높은 수익을 거둔 반면 브레인투자자문의 'H컨설팅브레인자산배분형'은 수익률이 2.55%에 불과했다.
◆순환매 장세에선 간접투자 유리
개인은 물론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도 시장 상승률을 따라가기 버거운 것은 확실한 주도주 없이 '초고속 순환매' 장세가 펼쳐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순환매가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상황에선 자칫 뒤늦게 뛰어들어 고점에 물리기 십상"이라며 "특히 수급의 주도권을 외국인이 장악하면서 개인이나 기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대량 환매와 발빠른 순환매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A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운용사들은 현재 지속적인 펀드 환매로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힘든 데다 순환매까지 좇아가야 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10개 이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자문사들도 고충이 크다. 한 자문사 사장은 "자문사들은 운용철학에 따라 소수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이 포트폴리오와 맞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며 "최근 자문사 운용역끼리 모일 때마다 시장이 올라가는 것은 확실한데 단기적으로 순환매를 따라가야 할지,포트폴리오를 지켜야 할지 서로 고민을 토로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리하게 좇아가기보다는 그나마 코스피지수 대비 선방하고 있는 펀드 투자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상승장을 놓고 보면 순환매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에 조금 뒤처질 수는 있지만 적립식 투자자는 대부분 수익이 양호한 편"이라며 "가급적 직접투자를 지양하고 펀드와 자문형 랩을 통해 분산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