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한국과 중국,일본 등이 수주에 나선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와 멘로파크,애서턴과 5개 환경시민단체들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고속철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새크라멘토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현지시간)보도했다.

총 사업비 430억달러(48조504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사업은 소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데다 철로가 지역을 분할시키고 일부 지역에서 주택 압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철도 당국의 환경 평가가 완벽하지 못했으며 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에 대한 대안 제시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이번 법적 대응은 2008년 멘로파크 등 일부 시와 환경단체들이 했던 것과 유사한 것이다.당시 법원은 관련 소송을 기각했다.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도 고속철도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고속철도 사업은 무산되거나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선거 판세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약간 리드하거나 민주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화당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부터 반대하고 나섰다.맥 휘트먼 공화당 후보는 “현재 재정위기로 볼 때 지금 시점에 고속철 사업에 충당할만한 자금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휘트먼 측의 지적에 대해 같은 공화당 소속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현 주지사 측은 “지금은 안된다는 지적은 매우 편협한 생각”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다른 지역의 주지사 후보들도 고속철 건설에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뉴욕타임스는 5일 “중앙정부가 고속철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등 사업에 적극적이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반대로 사업이 원만하게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는 80억달러(9조240억원) 규모의 사업촉진 펀드 가운데 일부를 이미 각 주에 배당했다.하지만 8억1000만 달러를 받은 위스콘신주에서는 스캇 월커 공화당 후보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월커 후보는 “밀워키와 메디슨을 연결하는 이 고속철이 완공될 경우 이를 운용하는데 연간 700만∼1000만 달러가 든다” 며 “내가 주지사에 당선되면 사업을 중단시키겠다”고 공언했다.클리블랜드와 콜럼버스,신시내티 등을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이 추진되는 오하이오주에서도 공화당 주지사 후보 존 카시크가 4억 달러의 고속철 추진자금을 퇴짜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면서 내한시 KTX를 탑승해 보는 등 각국의 고속철도 기술력 등을 살펴봤다.이명박 대통령도 한국의 건설참여를 요청했다.

한편 미국 철도 당국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아직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