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풍파랑(乘風破浪).'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올 연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뜻으로 현대상선을 주력 계열사로 갖고 있는 그룹의 미래 전략을 함축하고 있다. 그 핵심엔 현대건설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인수 · 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을 인수,기세를 몰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그룹에 2010년은 말 그대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운 시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현대상선이 적자를 기록,올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행히 올초부터 글로벌 해운 시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며,현대상선은 흑자 구조로 돌아섰다. 지난 2분기에 매출 1조9885억원，영업이익 1536억원으로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3.3%，영업이익은 무려 12배 증가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관련한 채권단과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엔 '아킬레스건'이 여전히 남아 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나치게 경기에 민감해 그룹 매출이 매년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이 선택한 전략은 현대상선만한 알짜 계열사를 하나 더 갖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의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에 피와 땀을 바쳤다는 점을 들어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 기업인 엠플러스더블유 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현대아산이 갖고 있는 7대 대북경협사업권이 온전히 효력을 발휘한다면 현대건설이 상당한 일감을 따낼 수 있다. 향후 30년간 북한의 인프라 개발 비용이 50조원 안팎에 달한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계산이다. 이 밖에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의 선진금융기법을 활용해 투자위험 관리，국내외 투자자 유치，국내외 개발사업을 위한 효율적인 금융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그룹 측은 전망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