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업체 프라다가 내년 홍콩증시에 상장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을 고수하던 명품업체들이 아시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프라다는 2011년 상반기 홍콩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며 내달께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 보도했다. 프라다는 지난 10년간 네 차례에 걸쳐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 회사는 올초만 해도 "기업 상황과 시장 여건을 고려해 2012년까지 IPO를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라다가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가 아닌 홍콩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은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이곳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5월 프랑스 화장품회사 록시탕 역시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세계적인 명품회사 중 비상장 기업은 프라다를 비롯해 샤넬,아르마니,페라가모 등이 있다. 이 중 프라다는 1990년대 후반 질샌더,헬무트랭 등의 브랜드를 무리하게 인수했다 되팔았고,2년 전에는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가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평가하는 프라다의 기업가치는 상당히 높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아시아 지역 판매가 급증하면서 프라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프라다의 올해 매출은 20억유로(약 3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세전 이익은 4억5000만~5억유로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프라다의 시가총액을 50억유로로 평가한다.

프라다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전 세계 1위 명품회사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를 바짝 추격하겠다는 각오다. 가족기업인 프라다는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최고경영자(CEO)의 부인인 미우치아 프라다의 증조부 마리오 프라다가 1913년 설립했다.

프라다를 비롯해 폐쇄적인 명품업계에 IPO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아시아 시장을 잡기 위해 기업공개로 풍부한 자금을 갖추겠다는 속내다. 실제로 명품기업의 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에르메스만 해도 아시아 지역 매출이 2007년까지 17%였다가 2008년 18.2%,지난해에는 22.1%로 높아졌다.

한편 고가의 액세서리로 유명한 덴마크 보석업체 판도라는 코펜하겐 증시에 성공리에 IPO를 마쳤다. 올해 상장한 유럽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로,공모금액이 99억6000만크로네(약 2조694억원)에 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인기 미국 드라마 '섹스앤드더시티'에서 주인공들의 '꿈의 구두'로 불렸던 영국의 명품 구두업체 '지미추'도 IPO를 계획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