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의 본산인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위성도시 트로이(Troy).이곳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 자회사 CPI 사무실은 요즘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GM의 전기차 '볼트(Volt)'에 공급할 배터리 최종 테스트 작업으로 분주한 데다 11월부터는 미국 최대 상용차 부품업체인 이튼(Eaton)에 배터리 팩(pack)시스템까지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스타로 떠오른 LG화학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GM,창안기차,볼보,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과 잇따라 납품 계약을 맺고 공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차세대 배터리 수요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량 생산체제에 돌입한 곳은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투자를 지속해온 경영진의 결단 덕분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 배터리 기술은 일본에 10년 가까이 뒤처져 있었지만 LG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보다 앞서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인 CPI를 설립했고 연구 착수 2년반 만에 성과를 거뒀다.

2002년 7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에서 LG화학의 배터리를 이용해 개발한 전기자동차가 우승을 차지한 것.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8월에는 미 에너지성과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의 컨소시엄인 USABC와 함께 하이브리드카에 탑재될 고성능 배터리 개발을 진행했다. 2007년 12월에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최초로 양산한 하이브리드카 '아반떼'의 리튬 배터리 공급업체로 단독 선정되며 세계 자동차 기업들로 수주를 확대할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LG화학은 올해 총 400여명의 연구 · 개발(R&D)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며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만 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는 약 3억달러를 투자해 하이브리드카 기준으로 약 20만대 분량의 배터리 셀(cell)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해 2012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2015년 2조원의 매출과 세계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달성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