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들이 제약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원내처방 보험의약품의 대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방법으로 금융이자소득 등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건 민주당 의원(전주 완산갑)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9개 국공립 · 사립 · 대학병원 등이 보험의약품 대금지급기일을 최장 26개월까지 미루는 수법으로 349억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6일 주장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14개 국공립 의료원 및 대학병원들은 의약품을 납품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기까지 평균 7개월,사립병원들은 평균 11개월이 걸렸다.

가령 국립병원인 O병원은 지난해 제약사와 제약도매업체들에 약제비 180억원을 13개월이 지난 후에야 지급했고,사립병원인 M의료원은 약제비 110억원을 지급하는 데 26개월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 병원은 환자에게 처방한 약값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통상 1개월이면 대금을 지급받았다.

신 의원 측은 29개 병원들이 지난해 약제비(1조7154억여원)를 평균 9개월 후에 지급,은행 가중평균금리(연 3.095%)를 적용하면 부당이득 규모는 349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신 의원은 이어 "이 같은 거래관행은 병원-제약사 간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명백한 불공정거래 행위"라며 "중소병원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대금지급 지연으로 인한 제약사들의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의약품제조를 위해 협력업체에 원부자재 구입대금을 현행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60일 이내에 의무지급해야 한다"며 "그러나 의약품 판매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를 위해 비싼 이자를 주고 자금을 차용함으로써 이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