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1118원 마감…유럽 '재정위기' 이전으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환율이 1110원대로 떨어지며 유럽 재정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7원 떨어진 111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이 수준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지난 5월4일 종가 1115.5원 이후 다섯 달 만이다.
환율은 지난 5월 초 아일랜드와 그리스 등의 국가부도 위험을 경고하는 유럽 재정위기 소식 이후 100원 이상 급등하며 5월 말에는 1202.5원까지 올랐다.
이날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약세 분위기를 타고 하락 압력을 받았다. 전일 환율 반등을 이끌었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외환 공동검사 조치는 효과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전일 일본은행(BOJ)의 선제적 양적완화 조치에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밤사이 미 달러화 지수는 8개월래 최저 수준을 경신, 77선을 기록했다.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0.1%로 내리고, 5조엔(68조원) 규모의 '자산매입 기금'도 신설해 돈을 풀기로 했다.
전일종가보다 10.7원 떨어진 112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추가 하락하며 1110원대까지 진입했다. 오전 한때 1118원대로 내려갔던 환율은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심리와 결제 수요에 낙폭을 반납하며 1120원대에서 거래됐다.
오후 들어 역외 매도세와 중공업체 네고물량 공급, 외국인 주식 관련 자금이 꾸준하게 공급되면서 낙폭을 키워갔다. 환율은 이날 1117.6~1123.4원 사이에서 거래 범위를 기록했다.
◇ 환율 1120원대마저 '붕괴' 내림세 어디서 멈출까?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강력한 역외 매도세에 이끌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외환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움직임도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지영 연구원은 "환율이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하며 유럽 재정위기 직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하락세를 멈출만한 이슈가 없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여전한 모습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 분위기도 여전히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듯하다"며 "1110원대에서 지지력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연중최저점까지도 도달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음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큰 변수가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밤사이 발표된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 지표는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9월 ISM(공급관리협회) 비제조업지수는 53.2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51.5보다 상승한 수치이자 시장예상치(52.0)를 웃돌았다.
국내 주식시장은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는 34개월 만에 1900선을 돌파하며 연중최고점을 다시 썼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01포인트(1.33%) 급등한 1903.95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497.33으로 3.78포인트(0.77%) 오르며 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647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환율에 하락 압력을 더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저가 결제수요가 숏플레이(달러 매도)를 일부 제한하기도 했지만 역외 매도세가 워낙 거셌다"며 "장 초반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현대 오일뱅크 매각 대금 소식도 일부에서 나왔지만 장 후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오후 3시45분 현재 1.3850달러에, 엔달러 환율은 83.15엔에 거래 중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