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랠리'가 거침이 없다. 미국과 일본이 앞다퉈 공급하는 풍부한 유동자금이 실물자산으로 넘어가면서 금값을 또다시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절대통화'로 여겨지는 금으로 쏠리면서 사재기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금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자 '거품 경계'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진다.

금 12월물은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3.50달러(1.8%) 상승한 온스당 1340.30달러에 정규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이날 정규거래 이후 재개된 전자거래에서 한때 1351달러까지 치솟았다. 친탄 카르나니 인시그니아컨설팅 수석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제로금리로 복귀한 일본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가 방향성을 찾던 금값에 다시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이 향후 1135달러 이상만 유지된다면 내년 6월이면 1450~1600달러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조치 임박과 유럽중앙은행의 아일랜드 재정위기 개입도 금값 고공행진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마틴 헤넥 타이체그룹 상품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럽중앙은행은 아일랜드의 금융위기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주에만 13억8000만유로어치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며 "평소의 10배에 달하는 자금 투입 규모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면서 실물자산 투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금값이 쉼없이 오르자 급락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커진다. 미국 최대 금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금신탁의 금 보유량이 3일 연속 줄어든 데다 펀드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등 자금 흐름이 분산되고 있어 금값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키스 뱅크스 미국신탁협회장은 "금이 수익을 내줄 만한 가격대를 이미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금 투자를 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 맥기 IBS투자 수석 귀금속트레이더는 "가파르던 금값 상승곡선이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한 데다 최대 수요처인 인도의 금 소비량이 루피화의 약세로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가격 조정이 시작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원자재시장에서는 은 백금 등 다른 귀금속과 원유까지 동반 상승했다. 은 12월물은 1.2% 오른 온스당 22.29달러로,백금 즉시 인도분은 0.9% 뛴 온스당 1707.50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 역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1.7%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WTI는 이날 장중 82.99달러까지 뛰어 지난 5월4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