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동부그룹 계열의 국내 최대 합금철 생산업체인 동부메탈 지분 30%를 인수하는 방안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분 평가액을 놓고 두 회사 간 의견 차가 커 협상이 결렬됐다. 대신 동부는 포스코에 소량의 지분만 넘기고,나머지는 대만 차이나스틸 등에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동부메탈 지분 대량 인수를 위해 동부 측과 벌여 온 협상을 최근 잠정 중단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재무개선을 추진 중인 동부 측으로부터 동부메탈 지분을 사달라는 제안을 받고,그동안 지분 인수를 검토해 왔다. 당초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46.28% 가운데 30%를 인수할 방침이었다. 동부메탈은 고품위 망간 합금철 부문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지난 8월엔 공장 증설로 연간 생산량을 23만t에서 50만t으로 늘렸다.

포스코가 동부 측과 협상을 중단한 것은 큰 가격 차 때문이다. 포스코는 동부메탈 지분 30%를 3000억원 이하의 가격에 인수하길 원했지만,동부 측은 4000억원 정도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규모도 문제였다. 포스코는 돈을 더 들이더라도 인수 지분 규모를 늘려 동부메탈 경영에 직 ·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했지만 동부 측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큰 규모의 지분을 굳이 비싼 가격에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대신 포스코가 상징적으로 5%가량의 소규모 지분만 인수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 관계자는 "포스코가 동부메탈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 같다"며 "동부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동부메탈의 일부 지분을 매입하면 포스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동부가 포스코와 동부메탈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 온 이유는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였다. 당초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산업은행과의 동부메탈 매각 협상이 결렬된 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면서 현재 보유 지분이 낮아진 상태다.

동부 측은 포스코와의 협상이 일단 결렬됨에 따라 대만 차이나스틸 등 3~4개 전략적 투자자(SI) 및 재무적 투자자(FI)에 지분을 더 많이 매각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차이나스틸과는 이미 일부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격 협상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는 차이나스틸 외에 다른 SI 및 FI에 나머지 잔여 지분을 매각,4000억~5000억원의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상장까지 진행해 추가 자금 유입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1조2000억원 정도인 동부하이텍 부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와 동부 간의 이번 '빅 딜'이 무산되면서 두 회사의 기존 협력관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자동차용 고(高) 망간강 부원료인 고순도 페로망간(FeMn)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인 포스하이메탈을 출범시켰다.

장창민/김현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