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재 매뉴얼' 작동 않는 고층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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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내려 가연외장재 사용 기막혀…건축상식 지킬 때 안전 확보돼
새삼스레 숭례문 화재와 정부중앙청사 화재가 떠오른다. 해운대에서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하던 고급 고층빌딩에 화재가 나서 뉴스시간을 온통 뒤덮는 화염과 연기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속수무책이다. 대책은 없을까.
소방방재청의 영상 매뉴얼 '초고층 건물 화재예방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본 기억이 나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대책 마련은 분명히 가능하다. 건물의 규모와 외양이 일류라고 모든 것이 일류인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필요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데 중요한 목적을 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목표로 설정한 그 기능이 잘 실현되도록,그리고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상실됐을 경우에 대비한 또 다른 기능을 생각해야 할 때다.
분할된 소공간을 중심으로 재해 예방시설과 활동이 있어야 한다. 공간이 크고 화려하고 값이 비싸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더더욱 1등 시설공간은 아니다. 이번의 화재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지옥을 경험한 거주민들이 느꼈을 그 공포를 생각해 보자.계속되는 불편을 생각해 보자.
스프링클러,모두가 쉽게 이야기한다. 전기화재의 경우 천장에서 발화되는 것이 보통인데,대부분 스프링클러는 천장에서 바닥을 향하고 있으니 진화효과를 제대로 못낸다. 벽에 장식품처럼 설치해 발화점을 찾아 물을 뿌리는 지향성 방식이라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이것이 고급시설이다. 또한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취사용 가스로 인한 화재를 생각할 때 다세대 건축물에서 부엌과 출입구가 가까운 점도 문제가 된다. 비상시 탈출구로는 출입구가 가장 익숙한 것이 아닌가. 공간 배치에서 방재개념이 있어야 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층마다 설치돼 있는 소화전은 몇 년이 가도 먼지만 쌓이고,녹슬고 그나마 도둑의 손길에 방치돼 있는 게 우리 방재의식의 현주소이다.
통로별로 1년에 두 번 정도는 소방 호스를 펴는 연습,소화전을 여는 연습,노즐을 다루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다.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다.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서 이러한 연습을 통해서 이웃을 알게 되고 함께하는 삶을 이루어 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옥상의 헬리포트는 장식품이 아니다. 비상탈출로도 제대로 설치하고 탈출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고층빌딩에서의 화재는 개인의 재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동의 안전을 위해서,고층건물에 사는 주민들에겐 꼭 필요한 규범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각층에 설치된 소화전도 다단계 가압시설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보게 할 수 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설이다. 15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서는 외부 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고가 사다리차 타령은 그만하자.장대한 차량이 다닐 만한 길이 있는가. 복잡한 도로에서 길을 비켜주는 차량을 볼 수 있는가. 건물 동 간의 간격이 좁은 우리의 실정에서 고가 사다리차를 세울 안전한 공간은 있는가. 모든 대답이 부정적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드러났듯이 외장재가 가연성이라니 할 말이 없어진다. 화려한 외양을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이것은 아니다. 건축의 상식을 지키자.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다단계 가압펌프를 가동시켜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실내기압을 자동으로 높여 외부 불길이 실내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과 시설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특히 실내 비상통로에 가압조절장치를 설치하면 비상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일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시설은 의지만 갖는다면 모두 가능하다. 재해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현대 사회를 시민들이,입주민들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조원철 < 연세대 방재공학 교수 >
소방방재청의 영상 매뉴얼 '초고층 건물 화재예방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본 기억이 나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대책 마련은 분명히 가능하다. 건물의 규모와 외양이 일류라고 모든 것이 일류인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필요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데 중요한 목적을 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목표로 설정한 그 기능이 잘 실현되도록,그리고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상실됐을 경우에 대비한 또 다른 기능을 생각해야 할 때다.
분할된 소공간을 중심으로 재해 예방시설과 활동이 있어야 한다. 공간이 크고 화려하고 값이 비싸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더더욱 1등 시설공간은 아니다. 이번의 화재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지옥을 경험한 거주민들이 느꼈을 그 공포를 생각해 보자.계속되는 불편을 생각해 보자.
스프링클러,모두가 쉽게 이야기한다. 전기화재의 경우 천장에서 발화되는 것이 보통인데,대부분 스프링클러는 천장에서 바닥을 향하고 있으니 진화효과를 제대로 못낸다. 벽에 장식품처럼 설치해 발화점을 찾아 물을 뿌리는 지향성 방식이라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이것이 고급시설이다. 또한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취사용 가스로 인한 화재를 생각할 때 다세대 건축물에서 부엌과 출입구가 가까운 점도 문제가 된다. 비상시 탈출구로는 출입구가 가장 익숙한 것이 아닌가. 공간 배치에서 방재개념이 있어야 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층마다 설치돼 있는 소화전은 몇 년이 가도 먼지만 쌓이고,녹슬고 그나마 도둑의 손길에 방치돼 있는 게 우리 방재의식의 현주소이다.
통로별로 1년에 두 번 정도는 소방 호스를 펴는 연습,소화전을 여는 연습,노즐을 다루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다.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다.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서 이러한 연습을 통해서 이웃을 알게 되고 함께하는 삶을 이루어 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옥상의 헬리포트는 장식품이 아니다. 비상탈출로도 제대로 설치하고 탈출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고층빌딩에서의 화재는 개인의 재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동의 안전을 위해서,고층건물에 사는 주민들에겐 꼭 필요한 규범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각층에 설치된 소화전도 다단계 가압시설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보게 할 수 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설이다. 15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서는 외부 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고가 사다리차 타령은 그만하자.장대한 차량이 다닐 만한 길이 있는가. 복잡한 도로에서 길을 비켜주는 차량을 볼 수 있는가. 건물 동 간의 간격이 좁은 우리의 실정에서 고가 사다리차를 세울 안전한 공간은 있는가. 모든 대답이 부정적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드러났듯이 외장재가 가연성이라니 할 말이 없어진다. 화려한 외양을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이것은 아니다. 건축의 상식을 지키자.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다단계 가압펌프를 가동시켜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실내기압을 자동으로 높여 외부 불길이 실내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과 시설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특히 실내 비상통로에 가압조절장치를 설치하면 비상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일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시설은 의지만 갖는다면 모두 가능하다. 재해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현대 사회를 시민들이,입주민들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조원철 < 연세대 방재공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