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 2007년 말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강한 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마저 뚫고 올라서며 사상최대 호황을 구가했던 2007년 하반기 상황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주가 오름세는 한마디로 유동성 장세의 힘으로 축약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초저금리 및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취하면서, 넘쳐나게 된 국제 부동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려들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는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요즘 하루 수천억원씩에 달한다.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펀드 환매 물량까지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이처럼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것은 한국 증시 투자에 따른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 외에 미 · 일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금리차익을 챙길 수 있는 점,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온 점도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주가가 한국 경제의 실력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체감경기는 아직도 냉랭하고 내수 역시 침체 국면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둔화될 게 뻔히 예상되는 형편이라는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따라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선진국 경제가 더블딥에진입할 가능성, 유럽국 재정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 등이 여전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럴 경우 외국인 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가며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 투자자들로서는 대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