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에 '큰 코' 다친 은행, 파생상품 영업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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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 급락 리스크 급증
통화옵션 거래 80% 넘게 줄어
수출기업 환위험 노출 우려
통화옵션 거래 80% 넘게 줄어
수출기업 환위험 노출 우려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외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은행들의 외환 파생상품 영업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를 취급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던 '학습효과'에다 올초부터 실수요 위주로만 파생상품을 거래하라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어우러진 때문이다. 은행들이 외환 파생상품 영업에 사실상 손을 놓음에 따라 갈수록 커지는 외환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수출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키코와 풋옵션 등 통화옵션의 거래 실적은 35조6730억원으로 2008년 상반기(190조8390억원)에 비해 81.3% 격감했다. 외환 관련 파생상품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선물환(통화선도) 거래도 올 상반기 4575조5860억원으로 2008년 상반기(3985조5470억원)보다 1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이 환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선물환 거래의 경우 수출액과 비례관계를 나타낸다"며 "올 상반기 수출이 34.5%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외환 파생거래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키코의 신규 가입은 제로 상태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외환 파생상품 거래가 위축된 것은 지난해 키코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은행들이 영업에 소극적인 데다 올초부터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정욱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장은 "대기업 위주로 선물환을 거래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영업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중순 이후부터 환율 움직임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파생상품을 선뜻 권유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부기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장도 "미래 현금흐름이 확정된 조선사 등 수출기업 위주로 회사에서 요청이 올 때만 선물환 거래를 일부 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옵션을 추가하는 등 복잡한 상품을 설계,판매하는 일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권덕재 우리은행 트레이딩부장도 "환율 움직임이 2007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또다시 2008년과 같은 위기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으냐"며 "특히 올초부터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각 기업별로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적극적으로 세일즈할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이 같은 소극적인 영업 행태로 결국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계명 금감원 파생상품분석팀장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구조상 은행들이 파생거래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은행들이 나서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며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 결국 환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기업들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키코와 풋옵션 등 통화옵션의 거래 실적은 35조6730억원으로 2008년 상반기(190조8390억원)에 비해 81.3% 격감했다. 외환 관련 파생상품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선물환(통화선도) 거래도 올 상반기 4575조5860억원으로 2008년 상반기(3985조5470억원)보다 1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이 환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선물환 거래의 경우 수출액과 비례관계를 나타낸다"며 "올 상반기 수출이 34.5%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외환 파생거래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키코의 신규 가입은 제로 상태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외환 파생상품 거래가 위축된 것은 지난해 키코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은행들이 영업에 소극적인 데다 올초부터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정욱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장은 "대기업 위주로 선물환을 거래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영업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중순 이후부터 환율 움직임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파생상품을 선뜻 권유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부기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장도 "미래 현금흐름이 확정된 조선사 등 수출기업 위주로 회사에서 요청이 올 때만 선물환 거래를 일부 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옵션을 추가하는 등 복잡한 상품을 설계,판매하는 일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권덕재 우리은행 트레이딩부장도 "환율 움직임이 2007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또다시 2008년과 같은 위기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으냐"며 "특히 올초부터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각 기업별로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적극적으로 세일즈할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이 같은 소극적인 영업 행태로 결국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계명 금감원 파생상품분석팀장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구조상 은행들이 파생거래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은행들이 나서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며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 결국 환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기업들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