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단식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단계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TV 등 세계 1위 사업은 '승자 독식' 구도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이익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에서 벗어나 항구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만 반도체 11조원,LCD 5조원 등 대규모 시설투자와 8조원의 연구 · 개발(R&D) 투자 등 총 2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간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다음 단계는 '기존 사업의 확장'이다. TV와 휴대폰,반도체 등을 통해 얻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생활가전,컴퓨터,프린터,시스템LSI,생활가전,네트워크 등의 사업을 1위에 올려 놓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의 토대가 단단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1위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험과 브랜드 파워를 최대한 활용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스템LSI 사업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LSI) 동반 성장'을 내걸고 추진해온 사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다음 단계가 본격적인 신사업이다. 삼성전자의 신사업 로드맵은 '디지털 시대의 리더에서 컨버전스 시대의 리더로'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전자사업에 다른 신사업을 융합시켜 경쟁 기업들이 흉내낼 수 없는 '가치가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사업 후보군으로 헬스케어,바이오칩,태양전지,의료기기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품을 단순히 제조해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접목하는 종합 솔루션 사업을 벌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일부 사업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의료원과 4년간 공동 개발한 혈액검사기를 시장에 내놨다. 당뇨 · 간 · 콜레스테롤 · 심장 · 신장 질환 등 19개 검사항목을 진단할 수 있고 향후 암 · 감염성 질환 등으로 검사항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은 또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자체 개발한 태양전지 모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태양전지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신사업을 통해 2020년 매출 40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1위 IT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