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인물열전] (21) 맹상군(孟嘗君), 개·닭 흉내내는 사람까지 예우…인재를 아껴 목숨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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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상군은 제나라 종실 대신 전영의 서출이다. 맹상군이 어느 날 후궁들이 아름다운 비단옷을 질질 끌고 다니고,선비들은 변변한 바지 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하도록 냉대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를 찾아가 비판하며 지식인을 예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수의 가문에는 반드시 장수가 있고,재상의 가문에는 반드시 재상이 있다"(맹상군열전)며 엄청난 재물을 인재 양성에 쏟아 식객을 3000명이나 거느릴 정도였다. 식객 중에는 닭울음 소리를 내거나 개짖는 소리를 내는 자들도 있었으니,세상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맹상군의 인물됨은 서쪽의 강국 진나라에도 알려졌다. 소왕이 맹상군을 손에 넣으려고 자신의 아우(경양군)와 맞바꾸자는 제안을 할 정도였다. 맹상군이 진나라로 가려고 했지만 호랑이나 이리 같은 진나라에 이용되지 말라는 소대(소진의 동생)의 충고를 받아들여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맹상군을 보낼 것을 요청하자 제나라 민왕은 그에게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로 만든 가죽옷 두 벌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도록 했다.
소왕이 즉시 맹상군을 진나라 재상으로 삼으려 하자 측근들이 '그는 제나라 이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소왕은 생각을 돌려 그를 가두고 계략을 짜 죽이려 했다. 이에 맹상군은 사람을 시켜 소왕이 아끼는 첩에게 풀어줄 것을 청하도록 했다. 소왕의 첩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맹상군이 가지고 있는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로 만든 가죽옷을 갖고 싶습니다. "
이때 맹상군은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로 만든 가죽옷을 한 벌 가지고 있었는데,그 값은 천금이나 되고 천하에 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진나라에 와서 소왕에게 이미 바쳤고 또 다른 옷은 없었다. 고민에 빠진 맹상군은 자신의 식객들에게 대책을 물었지만 시원한 대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맨 아랫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 개 흉내를 내 좀도둑질을 하는 자가 슬며시 일어나 자신이 여우 가죽옷을 구해 올 수 있다고 했다.
밤이 으슥해지자 그는 개 흉내를 내 진나라 궁궐 창고 속으로 들어가서는 소왕에게 바쳤던 여우 가죽옷을 훔쳐 돌아왔다. 맹상군은 이것을 진나라 소왕의 첩에게 바쳤다. 소왕의 첩이 맹상군을 풀어달라고 소왕에게 간청하자 맹상군은 풀려나게 됐다.
맹상군은 즉시 말을 몰아 제나라로 내달렸다. 국경 통행증을 위조하고 이름과 성을 바꾸어 빠져 나오려고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으나 한밤중 함곡관에 다다랐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그의 뒤로 진나라 소왕이 보낸 자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는데,밤중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함곡관까지 왔지만 국경의 법으로는 첫닭이 울어야 객들을 내보내게 돼 있었다.
맹상군은 뒤쫓아오는 자들이 닥칠까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의 식객 중 가장 말석에 앉아 있던 자가 일어나 닭울음소리를 흉내내자 근처의 닭들이 다같이 울었고 성문이 열렸다. 맹상군은 재빨리 통행증을 보이고 함곡관을 빠져 나왔다.
개똥도 약에 쓰려고 하면 없는 법이다. 인재란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남의 눈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맡은 일에 충실한 경우가 많다.
다만 그런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서 일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이란 말도 있듯이,무슨 재주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된다. 세상도 넓고 인재도 많지 않은가.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wjkim@konyang.ac.kr >
맹상군의 인물됨은 서쪽의 강국 진나라에도 알려졌다. 소왕이 맹상군을 손에 넣으려고 자신의 아우(경양군)와 맞바꾸자는 제안을 할 정도였다. 맹상군이 진나라로 가려고 했지만 호랑이나 이리 같은 진나라에 이용되지 말라는 소대(소진의 동생)의 충고를 받아들여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맹상군을 보낼 것을 요청하자 제나라 민왕은 그에게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로 만든 가죽옷 두 벌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도록 했다.
소왕이 즉시 맹상군을 진나라 재상으로 삼으려 하자 측근들이 '그는 제나라 이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소왕은 생각을 돌려 그를 가두고 계략을 짜 죽이려 했다. 이에 맹상군은 사람을 시켜 소왕이 아끼는 첩에게 풀어줄 것을 청하도록 했다. 소왕의 첩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맹상군이 가지고 있는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로 만든 가죽옷을 갖고 싶습니다. "
이때 맹상군은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로 만든 가죽옷을 한 벌 가지고 있었는데,그 값은 천금이나 되고 천하에 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진나라에 와서 소왕에게 이미 바쳤고 또 다른 옷은 없었다. 고민에 빠진 맹상군은 자신의 식객들에게 대책을 물었지만 시원한 대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맨 아랫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 개 흉내를 내 좀도둑질을 하는 자가 슬며시 일어나 자신이 여우 가죽옷을 구해 올 수 있다고 했다.
밤이 으슥해지자 그는 개 흉내를 내 진나라 궁궐 창고 속으로 들어가서는 소왕에게 바쳤던 여우 가죽옷을 훔쳐 돌아왔다. 맹상군은 이것을 진나라 소왕의 첩에게 바쳤다. 소왕의 첩이 맹상군을 풀어달라고 소왕에게 간청하자 맹상군은 풀려나게 됐다.
맹상군은 즉시 말을 몰아 제나라로 내달렸다. 국경 통행증을 위조하고 이름과 성을 바꾸어 빠져 나오려고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으나 한밤중 함곡관에 다다랐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그의 뒤로 진나라 소왕이 보낸 자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는데,밤중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함곡관까지 왔지만 국경의 법으로는 첫닭이 울어야 객들을 내보내게 돼 있었다.
맹상군은 뒤쫓아오는 자들이 닥칠까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의 식객 중 가장 말석에 앉아 있던 자가 일어나 닭울음소리를 흉내내자 근처의 닭들이 다같이 울었고 성문이 열렸다. 맹상군은 재빨리 통행증을 보이고 함곡관을 빠져 나왔다.
개똥도 약에 쓰려고 하면 없는 법이다. 인재란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남의 눈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맡은 일에 충실한 경우가 많다.
다만 그런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서 일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이란 말도 있듯이,무슨 재주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된다. 세상도 넓고 인재도 많지 않은가.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wjkim@ko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