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화혁명기 때 저는 열여섯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의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그 시기를 돌이켜보면 비극적이고 아픈 기억만 떠오릅니다. 이 영화는 이런 슬픈 시대에 일어난 러브 스토리죠.그러나 문화혁명의 사회상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

7일 막이 오른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를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59)은 이렇게 말했다. 아미의 원작소설 '산사나무의 사랑'을 각색한 이 영화는 1960년대 불치병에 걸린 남자와 한 여인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 '영웅' '황후화' 등 대작들을 연출했던 장 감독이 초창기의 작은 영화로 돌아갔다. 이 영화는 지난달 중국에서 개봉,부산영화제로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다.

"소설을 읽다가 마지막 순간에 감동했습니다. 여주인공 징치우가 죽어가는 연인 라오산에게 자기 이름을 자꾸 부르며 깨우는 장면이었지요. 순수한 사랑으로 감동을 전하고 싶어졌어요. "

그는 오디션을 열어 7000명의 응시자 중에서 징치우 역에 저우둥유와 라오산 역에 산더우를 선택했다. "두 신인 배우가 문화혁명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편안하게 연기하라고 했습니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연기하라고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와 여인의 사랑은 사실 무수히 반복됐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순수한 사랑이란 관점에서 표현하면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지요. "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줄 아는 징치우나 헌신적인 라오산의 모습은 처음에는 코웃음치게 만들다가 어느덧 눈가를 촉촉하게 해준다. 연인의 발을 씻겨주거나 삶은 계란을 주는 모습 등에서는 잊혀졌던 순수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