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하겠다고 7일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징계 방침을 라 회창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포함해 라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에 관여한 신한은행 전 · 현직 임직원 40여명에게도 징계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10일 정도 당사자의 소명을 받는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이달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은행 등기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면직)-직무정지(정직)-문책경고(감봉)-주의적경고(견책)-주의' 순으로 이뤄지며 문책경고 이상을 중징계로 본다.

제재심의위에서 징계 수위가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낮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금감원 안팎에서는 중징계로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라 회장에게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 가운데 하나의 조치가 내려진다.

직무정지 조치를 받으면 징계가 확정되는 시점부터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며 문책경고의 경우 연임이 불가능해지고 향후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게 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한 달가량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 과정에서 직 · 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한금융 측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폐기하는 등 금감원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실명제법은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명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을 경우 창구 직원은 물론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람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은 실명 확인 의무 위반 때 행위자에 대해 고의 · 과실 여부를 따져 정직 감봉 등 제재를 내리고 보조자와 감독자에 대해서도 감봉이나 견책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신한지주 측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라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