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홈으로 불리는 친환경주택은 전통적으로 단독주택 또는 소규모 연립주택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돼왔다. 영국의 탄소제로 주택,독일 패시브(passive) 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주택인 스마트홈도 마찬가지다. 단독이나 연립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동에서 기술을 개발,이들 주택에 먼저 상용화하고 아파트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으로 기술을 확대,적용하는 수순을 밟는다.

물론 대규모로 그린홈과 스마트홈을 보급하려면 공동주택에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용화가 공동주택에서 먼저 진행되는 이유다. 따라서 웬만큼 의지를 갖지 않고는 개인이 자신의 단독주택에 이들 기술을 실현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대우건설이 타운하우스에 체험형 제로에너지 하우스인 '제너하임'을 일반에 공개해 단독과 연립주택,타운하우스에서도 앞으로 그린홈,스마트홈이 구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시화되는 그린 타운하우스,단독주택

대우건설은 지금 입주 중인 경기 동탄신도시 타운하우스 푸르지오하임의 한 세대를 국내 최초의 체험형 제로에너지하우스로 꾸몄다. '제너하임'이란 이름은 '제로에너지'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인 '하임(heim)'의 조어다. 대우는 이곳에 총 70개의 친환경,신 · 재생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시공했다.

제너하임의 에너지 소비율은 말 그대로 '제로(0)'다. 예를 들어 100의 에너지를 쓴다면 40은 에너지 절감으로,60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로 충당한다. 에너지 절감은 고성능 창호,단열재,블라인드 등으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고 외부로 열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패시브 주택의 기술요소를 적용한 것이다.

자체 에너지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태양열 급탕 시스템,지열 냉난방 시스템,가정용 연료전지,가정용 축전지 등을 시공해 생산한다. 예를 들어 태양열 급탕 시스템은 하루 최대 섭씨 80도의 온수 400ℓ를 생산할 수 있다. 급탕 탱크 용량은 800ℓ다. 하루 생산량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2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단독주택 그린홈의 실제 사례로는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있는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가 가장 유명하다. 건축과 목재가공이 취미인 집주인이 10년 넘게 직접 구상하고 조사해 지은 157.9㎡ 규모의 집으로 2008년 12월 완공됐다. 값싸고 단열효과가 뛰어난 구조단열판(Structural Insulated Panel)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집 밖의 온도가 영하 5도인 겨울에도 집안 실내온도는 22도 정도를 유지한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집 안팎의 열 차단을 통해 이 같은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구현했다. 집안으로 들어온 햇빛이나 전자제품,부엌 등에서 발생하는 열,사람의 체온에서 발생하는 열을 모아 두는 데서 출발한다.

창문은 햇빛이 충분히 들 수 있도록 하되 덧문을 달아 해가 진 뒤에는 열이 손실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 밖에 집 밖으로 배출되는 공기의 따뜻함으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를 데워 18도 정도의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열 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했다.

◆스마트홈의 미래,일본 '도요타 파피'

일본 도요타시의 '도요타 파피'를 살펴보면 미래 스마트홈이 어떤 모습이 될 지 상상할 수 있다. 연면적 633㎡의 2층 건물인 이곳은 겉보기엔 일반 건축물 같지만 속은 완전 딴판이다. 먼저 건물 외벽은 전기를 만들어낸다. 미래형 태양전지를 건물 외벽 안에 넣어 집 전체에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차고 앞에서 자동주차 버튼을 누르면 주차장 문이 열리며 자동차가 스스로 주차한다. 집안에 누가 있고 냉장고에 어떤 음식이 들어 있는지도 알려준다.

집안에 장착된 센서는 사람들의 동작을 인식해 조명이나 온도,습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침실에서 잠을 자는 동안 팔목에 센서를 붙이면 심장 박동과 혈압을 재서 건강상태도 점검해준다. 또 식탁 위 모니터에선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단과 요리법까지 알려준다. 이 주택은 최대 규모 지진에 견디는 내진성능도 갖추고 있다. 정전이 되면 하이브리드카에서 비상용 전원을 공급받기도 한다.

국내에선 롯데건설이 서울 평창동에 지은 고급 타운하우스 '롯데캐슬 로잔'에 기상관측 시스템 등 유비쿼터스 기술을 적용했다. 이곳은 5층 아파트이긴 하지만 북한산과 북악산으로 둘러싸인 평창동 녹지와 잘 어울리게 고급 타운하우스형으로 지었다. 입주민들은 집안에 설치된 모니터로 아파트 단지의 온도 · 습도 · 강수량 등 날씨 정보와 황사 농도,오존 등 환경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