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주가 상승여력은 거의 없다면서도 매수하라는 식의 종목 보고서를 무책임하게 내놔 기존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일 삼성물산에 대한 보고서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한다"고 호평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최근 해외 투자자 미팅을 통해 상사 부문의 '턴어라운드' 가능성과 수주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컸고, 실제 가시적인 성과도 나올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목표주가로는 6만6000원을 제시, 주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삼성물산은 이날 오후 2시 12분 현재 6만8100원에 거래되며 이틀 전 미래에셋이 제시한 목표주가를 이미 넘어섰다.

또 보고서가 나오기 전날인 주가(6만3700원)와 비교해도 상승여력은 3.6%에 불과했다. 이 증권사는 상승여력이 10%를 넘을 때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동부증권도 비슷한 경우다. 이 증권사는 지난 4일 현대중공업의 대형 컨테이너선 4척 수주가 취소된 것과 관련, "잠재적 걸림돌이었던 선사로부터 선박 취소와 함께 보상금 등 제반 비용까지 받아내 불확실성를 해소했다"며 "오히려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동부증권은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시한 목표주가는 당시 주가(1일 종가) 31만2500원보다 5.6% 높은 33만원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각 현재 34만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우증권 또한 지난 1일 롯데쇼핑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해 놓고는 주가 상승여력이 3.2% 불과하다고 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롯데쇼핑 보고서를 낸 대우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상승 여력이 20% 이상이 될 때 매수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주가가 단기간 빠르게 상승해 미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조정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투자의견을 낮추거나 목표주가를 높여서 앞뒤가 맞게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