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무기한 파업 압박이 거세지자 급기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기존의 입법안을 수정하겠다며 뒤로 물러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7일 "자녀가 여러 명이거나 장애 아동이 있는 조기 퇴직자들을 위해 별도로 34억유로(약 5조3000억원)를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자녀 가구 등 조건을 달았지만 퇴직자들에 대한 복지예산을 확충키로 해 연금개혁에서 후퇴한 것이다.

에리크 뵈르트 노동부 장관은 "연금법 수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며 "늘어나는 예산은 소득세와 부동산세를 늘려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르코지 정부의 한 발 후퇴는 프랑스국영철도(SNCF) 등 대표적인 노동조합들이 오는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동안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해 "양보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철도 관련 노조 4곳의 대표들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24시간짜리 파업으로는 현 정부의 강경 방침에 아무 효과가 없다"며 "무기한 파업 동안 업무 중단 여부는 당일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2일 파업에는 SNCF를 비롯해 파리지하철공사 노조,가스 및 전기 노조 등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어서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 노조는 이미 지난 5일 무기한 파업을 촉구,마르세유 등 주요 항구에서 유조선 32척의 하역이 며칠째 중단됐다고 르몽드가 보도했다. 한편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을 이끌고 있는 베르나르 티보 위원장은 "총파업을 하지 않아도 이미 수백만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아직 총파업은 쓸 카드가 아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수급 개시일을 늦추기 위해 현행 60세인 정년을 62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2020년까지 연간 적자가 500억유로(67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