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주류 아일랜드 판매대(단독으로 설치한 행사 매대) 앞에서는 맥주 신제품 시음행사가 한창이었다. 옆에 쌓인 6캔짜리 맥주(식스팩)엔 육포와 참치캔,라면 등이 붙어 있었다. 맥주 막걸리 등 주류회사들이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대형마트 매대의 '골든 스페이스(알짜배기 판매대)'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전장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다. 술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신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납품하려면 마트 내부 상품위원회(점장 모임 등)에서 설명회를 거쳐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입점할 때 매출이 적은 자사 제품을 빼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오비맥주는 지난 5월 출시한 '카스라이트'를 납품하면서 '오비 블루'를 뺐으며,하이트맥주도 8월에 내놓은 '드라이피니시d'를 위해 '맥스' 자리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 이후에는 '골든 스페이스'를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한다. 어디에 진열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표는 아일랜드 매대의 엔드캡(모서리 자리)이다. 술은 통상 일반 매대와 아일랜드 매대 등으로 나눠 진열하는데 아일랜드 매대의 매출이 3~4배 많다.

신제품을 아일랜드 매대에 진열하려면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마트 입장에서 기존 잘 팔리는 상품을 빼고 신제품을 넣는 것은 리스크가 큰 탓이다. 최근 한 맥주회사는 도우미를 동원해 두 달째 시음회를 벌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6캔짜리 맥주를 팔면서 락앤락을 끼워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신제품 인지도를 높이려고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원래 프로모션이 가장 치열한 곳은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 업계인데 최근엔 맥주업계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막걸리 매대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CJ가 지난 8월 막걸리 유통에 뛰어들면서다. 이마트에서는 최근 CJ막걸리가 '골든 스페이스'를 차지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