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랩 설명회' 가보니] "1년 후 내다보고 IT株 사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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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투자자 "이런 장은 처음"…中본토펀드에 뜨거운 관심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지킨 지난 7일 오후.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에서 열린 '자문형 랩 릴레이 세미나'에는 평소보다 많은 7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몰렸다. 강세장인데도 참석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양기호 삼성타운지점 차장은 "지수가 오를수록 개인들은 많이 허탈해 한다"며 "지수가 1900까지 올랐는데 자신들의 수익은 별로인 경우가 많아서…"라고 귀띔했다.
증시 전망 강연 직후 이어진 질문응답 시간에 참석자들은 다양한 질문과 함께 하소연을 쏟아냈다.
70대 노신사는 "지수가 1900 정도 왔으니 '끝물'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증권사에선 2000 간다고 얘기하지만 40년 가까이 주식을 하면서 보니 증권사 전망이 장밋빛이 아니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IT주가 잘나갈 때 LG전자와 하이닉스에 3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손절매 시기를 놓쳐 후회가 막심하다"며 "IT주가 과연 반등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50대 주부는 "작년 5월 거래하던 증권사 영업직원이 '요즘 실적이 부진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에 3년째 들고 있던 현대차를 6만원대에 팔았는데 요즘 15만원을 넘어가는 걸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푸념했다. 그는 "현대차가 여전히 싸다고들 하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사는 게 나은지,아니면 주가가 많이 떨어진 IT주를 사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고 물었다.
자문형 랩 열풍에서 소외된 고객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랩 가입을 고민 중이라는 한 고객은 "올해 자문형 랩 수익률이 좋다고 얘기들 많이 하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거래하는 증권사 영업직원이 나한테는 한번도 가입을 권유한 적이 없다"며 "증권사들이 너무 부자들만 우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지현 삼성증권 과장이 향후 유망 투자상품으로 중국 본토펀드를 소개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 주부 고객은 "3년 전 홍콩H주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 3개에 가입했는데 아직까지 30% 손해를 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이 펀드를 환매하고 중국 본토펀드에 새로 가입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을 꼬집은 70대 노신사는 "오랜 기간 주식 투자를 해봤지만 요즘처럼 장은 좋은데 수익률이 저조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고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