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로 원 · 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주요 연구소들과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안에 1100원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며,내년엔 10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 "원화가치 단기상승 가능성"

원 · 달러 환율이 8일 반등해 1120원대로 올라섰지만 이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미국의 추가 통화방출(2차 양적완화)에다 중국 위안화 절상 요구로 원화가치도 상승(환율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크 탠 골드만삭스 외환담당 부사장은 7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미 한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환율전망 세미나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가치가 단기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전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공격적으로 시장개입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까지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으로 떨어지고 1년 뒤엔 105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탠 부사장은 달러 약세 현상이 장기화하면 원 · 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1000원 밑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바클레이즈는 1년 뒤 원 · 달러 환율이 1050~107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은 다음 달에 107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크레디트스위스는 6개월 뒤에 1050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연구소들의 예상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1100원대 아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본지와 공동 작업을 통해 도출한 적정환율(균형환율)인 1070~1110원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엔 105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 성장 타격 우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고조되는 환율갈등의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0.91%포인트와 0.3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4.5%인데 만약 내년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15%포인트 하락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우리 경제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맞게 된다.

이 연구소는 또 원 · 달러 환율이 1% 떨어지면 수출증가율과 성장률이 각각 0.05%포인트와 0.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이 내년 중 7% 하락해 1050원 밑으로 간다면 성장률이 0.5%포인트가량 낮아지게 된다.

한은은 삼성경제연구소만큼은 아니지만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란 데 동의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연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흑자규모가 각각 50억달러와 70억달러 줄게 되고 성장률은 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예상했다.

◆기업손실 우려 커져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수출제조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수출기업의 75.4%는 원 · 달러 환율이 1050~11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출 마진을 확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이 5조90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2009년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25조4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1조3000억원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원 · 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손실은 14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이 연구소는 내다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