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함에 따라 신한금융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기업설명회(IR)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라 회장은 일정을 앞당겨 8일 오후 귀국했다. 방미 중인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곧 돌아올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 100여명은 오는 14일 일본 오사카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라 회장,이 행장 조기 귀국

라 회장은 이날 오후 5시20분 LA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당초 27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이 행장도 14일 귀국할 계획이었으나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9일이나 10일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에 대해 적극적인 소명 자료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흐트러질지 모를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금감원의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징계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재심의위 회의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소명 내용을 충분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재일교포 주주 100여명은 대책 마련을 위해 14일 오사카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 재일교포 주주는 "이번 사태에 대해 중립적인 인사의 설명을 들은 뒤 사태 수습 방안과 라 회장 중징계 이후의 경영 구도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방침

금감원의 중징계는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이 있다. 금감원은 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정지 상당은 직무정지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금감원은 현장조사에서 라 회장의 계좌가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운용돼 온 것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도 개입한 점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라 회장을 비롯해 42명에 대한 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차명계좌가 개설된 1990년대 중반 신한은행 영업부장이던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도 경징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직 임원은 징계 대상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면 징계 확정 시점부터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앞으로 4년간 은행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라 회장의 소명과 금감원의 제재 심의 과정에서 징계 수위는 낮아질 수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21일 예정돼 있지만 제재에 필요한 관련 절차와 국정감사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다음 달 4일 제재심의위에서 라 회장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재형/강동균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