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밑으로 떨어지면 중소 수출업체들은 한계 상황을 맞게 된다. 원가 절감 방법을 찾으라고 공장장에게 특명을 내렸다. "

2006년 미국에 가정용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첫 수출한 뒤 5년째 시장을 다져온 황도환 삼광유리 사장은 "고민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산 '짝퉁'에 밀려 시장을 송두리째 내줄 판"이라며 "비용을 줄이고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몰려 있는 인천 남동,부평 주안공단엔 8일 '환율 공포'가 맴돌고 있었다.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80전 오른 1120원30전에 마감했지만 중소 수출업체 경영자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날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수출 현장 긴급 점검에 나선 조환익 KOTRA 사장을 동행 취재했다. 조 사장은 "한국 수출기업들의 내성이 강해져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해도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원화의 나홀로 약세 덕분에 누렸던 역(逆)샌드위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평권 주안공단 경영자협의회 회장은 "이대로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공단 입주 기업 치고 어렵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광유리 황 사장은 "글라스락을 미국에 수출한 이후 지금까지 가격을 단 한 차례도 안 올렸다"며 "중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경쟁 업체들이 가격 공세를 펴고 있어 한계 상황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삼광유리는 버틸 수 있는 환율 마지노선을 달러당 1070원으로 잡고 있다.

자외선 살균 청소기를 개발,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부강샘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성진 사장은 "수출 물량이 늘어 다행히 환율 하락으로 까먹는 돈을 겨우 상쇄하고 있다"며 "원화 절상 속도가 워낙 빨라 원가 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원 · 달러 환율이 1100~1200원일 때 계약했다가 막상 물건을 보낼 때 1000원대로 떨어지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환(換) 위험을 회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중소기업들에는 고민거리다. 글로벌 철강업체에 용광로용 풍로(風爐)를 공급하는 서울엔지니어링의 이문석 사장은 "은행들이 환율 관련 상품을 판매할 때 발주 계약서를 요구하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고 있다"며 "헤지를 못한 기업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2 '키코'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환헤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중소 수출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