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전문가들이 귀지를 파는 게 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밝혀도 일반인들 10명 가운데 9명은 귀지 제거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난청 전문 마포소리청한의원이 최근 일반인 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9%(105명)가 ‘귀 건강과 상관없이 귀지를 제거한다’고 응답했다.그 이유에 대해 ‘청결유지’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가려워서’ 30%,‘이물감’ 29%,‘청각장애’ 6% 순이었다. 이 한의원 변재석 원장은 “귀지는 귓속의 면역력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데 자꾸 이를 걷어내면 그 과정에서 외이도가 상처를 입거나 세균증식으로 인해 귓속 건강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밀려난 귀지가 고막을 자극해 이명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다수인 72%는 귀지를 파 낼 때 면봉을 사용했으나 17%는 금속성 귀후비개를 이용했고 11%는 볼펜촉·연필심·성냥개비·이쑤시개 등 끝이 뾰족하거나 얇은 물건을 쓴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귀지를 파는 계기로는 ‘샤워 혹은 머리감을 때마다’가 62%로 가장 흔했고 ‘가렵고 이물감이 들 때’가 19%,‘습관적으로’가 10%,‘이명·난청 증상을 느낄 때’가 7%,기타 2% 순이었다.

변 원장은 “간혹 귀지를 청소하다 고막을 잘못 건드려서 이명 혹은 난청이 올 수 있다”며 “이비인후과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임의로 귓속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이명은 과로나 스트레스,돌발성 난청,메니에르병,소음성 난청,머리 외상,노인성 난청,청신경 종양,중이염,귀 주변을 지나가는 혈관에서 나는 소리,경추와 턱관절 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요즘처럼 일교차고 크고 건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피부와 달리 귓속은 약간의 기름기를 머금는데 이는 귀지 덕분이다.귀지의 산도 자체가 약산성을 띄고 있어서 세균 증식을 막아 줄 뿐만 아니라 때가 되면 스스로 사라진다.얼마 전 미국에서는 귀지를 파는 것보다 그냥 남겨두는 게 귀 건강에 좋다는 국가지침이 발표된 바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