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노조가 일자리를 보장받는 대신 최저임금을 절반으로 깎고 그 자금을 생산시설투자에 쓰기로 사측과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미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추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온 노조가 이례적으로 기득권까지 포기하면서 사측과의 공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NYT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디트로이트 인근 제너럴모터스(GM) 오리온공장의 1550명 노동자 가운데 60%에게는 현행 시간당 최저임금인 28달러를 지급하되,나머지 40%에게는 50% 삭감한 14달러만 주는 데 동의했다. 해고 노동자 일부는 다시 고용키로 했다.

대신 노사 양측은 임금 삭감분과 사측 예산을 합친 총 1억5500만달러를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2011년부터 소형 모델을 생산해 미국시장 전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현재 한국의 GM대우에서 생산해 미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시보레 아베오'모델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UAW가 자기희생을 결정한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지난해 34만명이 해고됐다. 이번 합의는 특히 노조가 이미 합의한 기득권까지 포기하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아온 자동차 노조의 강경 투쟁노선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종전까지 신입 노동자에 대해서만 50% 임금삭감에 동의했었다. UAW 부위원장인 게리 버나드는 "금융위기와 대량해고 사태를 겪으면서 자동차 산업의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1970~1980년대 미국 '자동차 빅3'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던 UAW는 미국자동차 회사들이 1990년대 들어 일본업체에 추격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특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GM의 경우 65만명이나 되는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까지 수당과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기형적인 복지체계를 고안하는 등 자동차 산업 몰락을 불러온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