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ISIS, 보고서 통해 주장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해 시범적인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과 폴 브래넌 연구원은 8일 발표한 '평가,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위한 물품조달 자료를 볼 때 북한이 의미있는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이 실험실 수준은 넘어서 최소한 시범적인 규모로 가스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공장을 건설할 능력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여러 정부로부터 얻은 북한의 조달 자료와 파키스탄에서 나온 정보 등을 바탕으로 북한이 지금까지 500-1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핵폭탄 1개를 제조를 하기 위해서는 원심분리기 3천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정보당국은 2007년과 2008년 북한의 알루미늄관과 영변 핵원자로 작업일지를 통해 고농축 우라늄의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그러나 설령 북한이 HEU를 생산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북한이 원심분리기 1천-3천대를 갖춰놓은 농축공장에서 의미있는 양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결론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이 주고 있는 위협을 가장 효과적으로 종식하는 길은 협상을 통해서지만, 현 상태로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만일 북한과의 협상이 재개된다면 협상대표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이를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불능화한 뒤, 궁극적으로는 해체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고서는 "이러한 합의가 이행되기 전까지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영향을 주는 제재는 계속 유지돼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중국내에서 직접적인 방법으로 혹은 중국을 경유지로 활용해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위한 조달활동을 빈번히 해왔으나, 중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관련' 거래를 추적해 중단시키는 일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최근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무역통제를 이행하는 데 힘을 쏟고는 있지만, 좀 더 분발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그런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